카다피 주요목표는 ‘석유시설 장악’ 주장 설득력

리비아 반정부 시위대가 2일(현지시각)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의 친위부대와 교전을 벌인 끝에 친위부대에 빼앗겼던 동부 도시의 주요 시설을 재탈환했다.

리비아 현지 인권단체와 국제 인권단체는 지난 2주간 계속된 이번 소요사태로 최대 6천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다.

AP, AFP 통신 등의 보도에 따르면 반정부 시위대는 이날 오전 6시께 기관총으로 무장한 카다피 지지세력이 트리폴리에서 740km 떨어진 동부 브레가를 급습하자 자동화기기를 동원해 격렬한 전투를 벌였다.

반정부 시위대는 카다피 지지세력의 공격에 밀리면서 순식간에 항구와 활주로, 석유 시설 등을 빼앗겼다.

그러나 전투가 벌어졌다는 소식을 들은 인근 아즈다비야 지역에서 반군 지원군이 도착하면서 반정부 시위대는 약 6시간 만인 이날 정오께 브레가 지역 주요 시설들을 재탈환하는 데 성공했다.

브레가 장악에 실패한 카다피 지지세력은 7km가량 떨어진 아즈다비야 지역 대학 캠퍼스로 일시 후퇴했지만, 오후 들어 동부 벵가지에서도 반군 지원군을 태운 트럭 40여대가 도착해 주변을 포위하자 이들은 캠퍼스를 탈출해 달아났다.

이곳에서는 전투기 1대가 출격해 반정부 시위대가 모인 곳으로 미사일 2발을 쐈지만 인명 피해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브레가 도심에서는 카다피 친위세력이 물러나자 시민들이 공중에 총을 쏘거나 자동차 경적을 울리며 승리를 축하했다.

이날 전투로 반정부 시위대 10명이 숨지고 18명이 부상한 가운데, 이들의 시신이 안치된 병원 앞에서는 시민들이 모여 “순교자의 피는 헛되지 않을 것”이라고 외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카다피 친위세력이 반정부 시위대에 빼앗긴 도시 가운데 처음으로 동부 브레가에 대한 급습을 단행하면서 카다피 측의 주요목표가 바로 ‘석유시설’ 장악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브레가는 리비아에서 두 번째로 규모가 큰 원유생산시설이 있는 지역이자 대표적인 석유 수출항이 위치한 도시로, 이번 사태 이후 외국인 근로자들이 대거 탈출하기 이전에는 하루 9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했었다.

결국 리비아에서 가장 중요한 수입원인 석유시설 장악은 반정부 시위대뿐 아니라 카다피 친위세력에도 가장 중요한 목표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편, 벵가지에 본부를 둔 반정부 세력의 ‘국가위원회’는 이처럼 시위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니제르와 말리, 케냐 정부가 카다피 국가원수를 돕기 위해 군대를 파견했다고 주장했다.

국가위원회의 하피즈 고가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알제리 등이 이번 사태에 개입한 증거가 있다며, 국제사회가 이 같은 아프리카 용병부대에 대한 공습에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인권단체인 국제인권연합(FIDH)은 이번 사태로 최근 2주동안 트리폴리에서 2천명, 벵가지에서 1천명 등 약 3천명이 사망했다고 밝혔고, 리비아인권연맹(LHRL)은 수도 트리폴리에서 3천명, 벵가지에서 2천명, 그밖의 다른 도시들에서 1천명 등 모두 6천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그런가 하면 미국과 프랑스 등 각국이 우선 난민 탈출을 돕기 위해 파견한 함선들은 속속 리비아 리비아 인근으로 향하고 있다.

미국은 전함인 키어사지호와 폰스호를 파견했으며, 현재 이 전함들은 수에즈 운하를 통과해 지중해로 들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강습상륙함인 이들 전함에는 해병대 병력 800여명과 헬리콥터 부대원들이 타고 있고, 의무시설이 갖춰져 있어서 인도적 지원 업무의 수행이 가능하다.

프랑스는 자국에서 두번째로 큰 군함인 미스트랄호와 소형 구축함이자 호위함인 조르주-레이게호를 파견했으며, 앞으로 약 800명의 난민을 수송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영국과 캐나다, 한국에서 파견한 함선도 리비아를 향해 출발했으며, 이탈리아 외무부도 1~2일 안에 함선을 파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