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언론, ‘상하이 스캔들’에 불편 기색

中언론, ‘상하이 스캔들’에 불편 기색

입력 2011-03-09 00:00
업데이트 2011-03-09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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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출 정보, 대단한 것 아니다”

중국의 준관영 매체가 상하이 총영사관 영사들과 추문을 일으킨 중국 여성이 국가기밀을 빼내려는 간첩일 가능성을 제기한 한국 언론 보도에 간접적으로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발행하는 환구시보(環球時報)는 9일 ‘외교관들이 중국 여간첩에 당했다고 한국 언론이 집중 조명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중국 전문가의 말은 인용해 덩모(33)씨가 간첩일 가능성이 작다고 보도했다.

랴오닝성 사회과학원의 한반도 전문가 뤼차오(呂超) 주임은 “한국 언론들의 보도에는 엽기적인 내용이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며 “대통령의 친형이나 부인의 전화번호가 새 나왔다는 것은 언뜻 보면 놀랄만한 일이지만 사실 별 대단한 정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뤼 주임은 ‘여간첩 원정화’ 사건을 가리키며 “한국 언론이 과거 늘 이런 수법으로 북한 간첩 사건을 조작하곤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과 일본에서 자주 등장하는 ‘중국 여간첩’ 소재가 한국에서도 출현하게 된 배경을 ‘중국 위협론’의 대두에서 찾았다.

뤼 주임은 천안함 사건 이후 중국과 한국 국민 사이의 감정이 점차 좋지 않게 변한 것 등의 요인으로 한국에서 최근 중국 위협론이 주목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환구시보는 연합뉴스를 비롯한 한국 언론의 보도 내용을 인용, 상하이 총영사관 소속 영사들과 덩씨가 부적절한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대외보안 사항인 비상연락망과 비자 관련 서류 등이 유출된 경위를 사실 위주로 상세히 전했다.

한편 신화통신, 중국청년보 등 중국의 주요 매체들은 이번 사건의 민감성을 인식한 듯 독자적 기사를 써서 내보내는 대신 자사 홈페이지에 환구시보 기사를 고침 없이 전재하고 있어 신중한 보도 태도를 보이고 있다. 환구시보의 모기업인 인민일보도 9일자에 관련 기사를 싣지 않았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중국 당국이 한중 양국 사이에 민감한 외교적 사안으로 번질 수 있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각 언론에 구체적인 보도 지침을 내린 게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아울러 비교적 자유로운 논조를 보이는 홍콩의 명보(明報) 또한 최근 세계 매체들이 ‘중국 미녀 여간첩’을 언급하는 경우가 많지만 대부분 근거가 없는 얘기라며 ‘간첩설’보다는 ‘브로커설’에 무게를 실었다.

이와 관련해 명보는 2008년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가 중국을 방문했을 때 수행원이 블랙베리 스마트폰을 잃어버려 중국의 ‘미인계’에 걸린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지만 결국 이 수행원이 파티에서 잃어버린 것으로 밝혀졌다는 예를 들었다.

이런 가운데 상하이 총영사관 사건 기사는 중국 최대 검색포털인 바이두(百度.Baidu) 뉴스 메인 코너에 오르는 등 중국 네티즌들로부터도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민족주의적인 성향이 강한 중국 네티즌들은 대부분 이번 사건 보도를 계기로 욕설까지 해가며 한국을 감정적으로 비난하는 분위기다.

’chinalcl’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네티즌은 바이두 카페에서 “한국인에게 시집간 사람의 비극을 봐라. (남편이) 자기 아내가 간첩이라지 않는가”라며 덩씨를 동정했다.

중국 정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아무런 공식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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