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레이디 맥베스’

중동의 ‘레이디 맥베스’

입력 2011-03-09 00:00
업데이트 2011-03-09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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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자 부인들, 남편 못지않은 권력 누려

북아프리카와 중동의 민주화 혁명으로 축출되거나 위기에 놓인 독재자들 뒤에는 하나 같이 탐욕에 사로잡힌 부패한 일가가 있다.

특히 이들 독재자의 부인들은 남편 못지 않은 권력을 누리며 호화생활을 일삼기로 악명이 높다.

이 가운데서도 지네 엘 아비디네 벤 알리 전 튀니지 대통령의 부인 레일라 트라벨시 벤 알리는 ‘아랍세계의 이멜다’로 불릴만큼 국민들의 지탄을 받아왔다. 돈에 대한 집착과 사치로 원성을 샀던 필리핀의 독재자 마르코스의 부인 이멜다와 닮았다는 것이다.

전직 미용사였던 트라벨시(53)는 74세의 벤 알리 전 대통령을 쥐락펴락 하는 막후 실력자였다. 남편이 23년간 집권하는 동안 ‘카르타고의 섭정자’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였다.

벤 알리 전 대통령은 2009년 전립선 암으로 건강이 악화되자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고 싶다는 뜻을 비쳤다. 하지만 트라벨시는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벤 알리 일가의 한 인사는 “트라벨시의 시나리오는 분명했다. 6살난 아들 모하메드가 통치할 수 있을만큼 자랄 때까지 섭정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재스민 혁명’ 이후 벤 알리 전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로 도피하는 과정에서도 트라벨시의 이러한 면모가 잘 드러난다. 영국 일간 텔레그라프는 프랑스 주간지 누벨 옵세르바퇴르를 인용, 목격자가 전한 당시 상황을 소개했다.

‘권좌’에서 쫓겨난 뒤 사우디아라비아로 향하는 비행기가 대기중인 튀니지 공항에 선 벤 알리 전 대통령은 “나는 가고 싶지 않다. 나는 내 조국에서 죽고 싶다”고 외쳤다. 하지만 트라벨시는 남편에게 “어서 타, 멍청아(Get on imbecile). 난 지금까지 당신의 갖은 실수들을 다 참아왔어”라며 그를 비행기에 타게 했다.

30년간 중동의 맹주 이집트를 지배했던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의 부인 수잔 무바라크도 ‘레이디 맥베스’로 통했다. 많은 이집트인들은 수잔이 뒤에서 무바라크 전 대통령을 움직이고 있고 그녀의 야심은 아들 가말이 확실히 남편의 ‘권좌’를 이어받을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들 했다.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의 둘째 부인 사피야도 이에 못지 않은 영향력을 휘두르며 막대한 부를 축적해왔다.

사피야는 리비아의 수도 트리폴리에 있는 미티가 국제공항에 본사를 둔 항공사를 소유하고 있다. 이 항공사는 리비아 국영 항공사와 경쟁 관계로 리비아인 순례자들의 환승 업무를 독점하고 있다.

아랍권 민영방송 알아라비아는 사피야가 20t의 금을 보유하고 있다는 보고가 있으며, 1992년 ‘반전쟁범죄국제연대(ICAWC)’는 사피야의 재산이 30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보도했다.

부자세습을 통해 2대가 40여년째 장기집권하고 있는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의 부인인 아스마 알 아사드는 최근 화려한 패션으로 패션잡지 보그(VOGUE)에 실리기도 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WSJ)는 7일자 칼럼을 통해 그녀를 ‘매력적’이라고 표현하며 긍정적으로 다룬 보그 기사를 비판하며 아름다운 영부인 뒤에는 47년간 국가 비상사태 하에서 냉혹한 권위주의 통치를 이어가고 있는 독재국가 시리아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칼럼은 아스마가 샤넬 선글라스를 쓰고 팔콘900(Falcon 900) 제트기를 타고 여행을 다니곤 한다면서 2009년 18살의 여고생이 자신의 블로그에 아스마에 대한 글을 올린 뒤 체포돼 간첩 혐의로 5년형을 선고받은 사실도 소개했다.

이 학생은 당시 블로그에 “35살의 영부인의 임무는 18살 이하의 600만 시리아인들의 사고방식을 바꾸고 적극적으로 시민권 확보에 나서는 것을 독려하는 것”이라고 썼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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