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민권운동 단체 총회 참석 연설
인종에 기반한 선거운동을 피해 온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흑인의 인종적 영토(racial territory) 공략에 나섰다고 시카고 선타임스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보도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뉴욕에서 열린 흑인 민권운동단체인 ‘내셔널 액션 네트워크(NAN)’의 제20차 연차 총회에 참석, 연설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자신의 어젠다를 ‘현대 민권 투쟁(modern civil rights struggle)’에 비유하면서 “지금까지 우리가 이루어 온 일들만 생각하면서 만족하라고 요구하지 않겠다. 우리가 아는 대로 ‘변화가 가능하다’는 사실에서 영감을 얻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NAN는 인종에 호소하는 방식으로 흑인 민권운동을 벌이는 앨 샤프튼 목사가 주도하는 단체로, 이 목사는 민중 영웅이라는 찬사와 역 인종차별주의자라는 비난을 동시에 받는 인물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선 출마 이전까지는 샤프튼 목사와 거리를 두었으나 2008 민주당 경선에서 당초 힐러리 클린턴으로 마음을 기울였던 샤프튼 목사가 오바마를 지지하고 나서면서 관계를 맺게 됐다.
버지니아대학 정치학과 래리 새바토 교수는 “오바마의 2012 재선 캠페인 양상은 2008년과 크게 다를 것”이라면서 “2008년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흑인 후보’라는 낙인을 얻지 않기 위해 인종을 이슈화하는 것에 매우 조심스러워 했었지만 이번 선거에서 그는 흑인이라는 점을 강조해 뒤처진 지지도를 만회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선타임스는 “오바마 대통령은 그의 재선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흑인 유권자 표심을 사기 위해 일찍부터 다소 미묘한 길로 들어섰다”고 평했다.
이어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백인 유권자들이 등 돌리게 놓아둘 여유가 없다”면서 “흑인 유권자들은 결국 또다시 오바마에게 표를 던지게 될 것인데 이처럼 화근이 될 수 있는 처신을 통해 얻을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듀크대 아프리칸-아메리칸 연구학과 마크 닐 교수는 “오바마 대통령이 흑인 유권자들에게 다가서는 일은 백인 대통령보다 더 어렵다”고 말했다. “그야말로 ‘흑인 대통령’으로 낙인 찍히게 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닐 교수는 “이런 이유로 오바마는 흑인 유권자 표심을 살 대리인으로서 샤프튼 목사를 필요로 한다”면서 “오바마 대통령은 NAN 총회에 참석, 연설하는 의지를 보임으로써 흑인 유권자들에게 자신이 흑인 문제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2008년 대선에서 오바마에게 95%의 몰표를 안긴 흑인 유권자 사이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지금도 여전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지난주 갤럽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흑인 유권자 84%가 오바마 대통령의 업무수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는데 이는 지난 6개월 전 조사 결과와 별 차이가 없는 수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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