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총리 “재건사업에 한국기업이 적격”

이라크 총리 “재건사업에 한국기업이 적격”

입력 2011-04-24 00:00
수정 2011-04-24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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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시위 긍정 평가..미군 주둔 연장 거부방침 피력

누리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가 이라크 재건사업에 가장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나라로 한국을 꼽았다.

오는 27∼30일 한국을 공식 방문하는 말리키 총리는 24일 연합뉴스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고, 이라크 재건사업에 한국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했다.

말리키 총리는 한국이 이라크와 유사한 역사적 배경을 지니고 있다며 “한국은 이라크처럼 전쟁을 겪었고, 폐허 속에서도 국민의 부단한 노력을 통해 매우 짧은 기간에 세계의 첫 번째 반열에 들어설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우리는 이런 배경으로 한국이 다른 국가들보다 우리의 재건사업에 가장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국가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말리키 총리는 일부 한국 기업이 쿠르드 자치정부와 유전개발 계약을 했다는 이유로 이라크 중앙정부의 유전 개발 입찰에서 배제됐던 것과 관련해서도 앞으로는 별다른 제약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말리키 총리는 “입찰 배제 문제는 중앙정부와 쿠르드 자치정부 간에 체결된 합의들을 통해 사라질 것이라고 본다”며 “한국기업들은 어떤 전문 분야에서든 이라크 중앙 정부와 계약할 수 있으며, 쿠르드 자치정부와 지방정부가 권한을 갖는 분야에서도 계약을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세계 3위의 원유 매장량을 자랑하는 이라크는 현재 1천500억달러(약 170조원) 규모의 인프라 재건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라크는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1990년대 걸프전, 2003년 미국 침공 등 각종 전쟁에 시달리면서 유전개발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최근 2년간 국제입찰을 통해 외국 석유기업과도 잇따라 유전과 가스전 개발계약을 맺으며 재도약을 꿈꾸고 있다.

이라크는 지난 2월에는 일일 석유생산량도 300만배럴을 돌파, 20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중동.아프리카 국가 중 가장 빠른 성장률을 보이는 나라 중 하나다.

이와 함께 말리키 총리는 시위사태가 중동 각국을 뒤흔들고 있는 상황과 관련해서는 억압받아 왔던 민중의 요구가 분출되는 자연스런 현상으로 진단했다.

그는 “독재와 부패, 개발 부재 등으로 이 지역의 국민이 그동안 겪어온 고통을 고려할 때 민중의 이런 움직임과 요구들은 자연스러운 것이며 예상됐던 결과”라며 “각국 국민은 평화적인 방법을 통해 변화를 주장할 권리가 있으며, 이라크는 합법적인 요구를 제시하는 이들의 요구가 관철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라크에서도 시위가 간헐적으로 열리고는 있지만 주로 부패 척결, 실업난 해소, 공공서비스 개선 등을 요구하는 것이어서,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인접국들의 시위와는 다소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말리키 총리는 “이라크는 자유선거에 따라 평화적 정권 이양이 가능하고 독재정당, 일인 정권체제, 권력 세습이 없어서 시위 양상이 다른 나라와는 다르다”며 “우리는 이라크의 역사와 문화, 유산, 국민이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에 맞는 수준의 국가 건설을 위해 날마다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말리키 총리는 미군의 이라크 주둔기간 연장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정치적, 외교적 측면을 비롯해 모든 분야에서 미국과 지속적인 협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우리는 이미 미군의 주둔 연장을 원하지 않다는 점을 명백히 밝힌 바 있다”며 “이라크 치안당국은 1년 넘게 독자적으로 임무를 수행해 왔으며 앞으로도 책임감 있게 지속적인 활동을 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말리키 총리의 이 같은 방침은 이라크 정부가 원할 경우 미군 주둔 연장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드러낸 미국 정부에 분명한 답이 될 전망이다.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지난 7일 미군 주둔 연장 가능성을 시사했고 마이크 멀린 미 합참의장도 지난 22일 바그다드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라크 정부가 미군 주둔 연장을 원한다면 수주 내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밝혔다.

이라크 주둔 미군은 2003년 이라크전 발발 이후 한때 17만명에 이르렀지만 지난해 8월 전투병력을 모두 철수시켜 현재는 교육 및 지원 병력 4만7천명만 남은 상태이며, 올해 12월 31일까지는 이 병력마저도 완전 철수해야 한다.

말리키 총리는 수니파의 지지를 받고 있는 이야드 알라위 전 총리가 현 정부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혀 정국 혼란이 재발될 수 있다는 지적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알라위가 이끄는 정파는 수니-시아 정당연맹체 ‘이라키야’의 한 분파에 불과하다”며 “이라키야 내 다른 정파들은 현 정부에 모두 참여하고 있으며 나는 알라위가 자신의 탈퇴 결정이 잘못된 것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말리키 총리는 방한 기간에 울산 현대자동차와 창원 STX 중공업, 제주 스마트그리드 단지 등을 방문하는 한편, 이라크 민주주의 발전의 초속을 다진 업적을 인정받아 고려대에서 명예 정치학 박사학위도 받을 예정이다.

오는 28일에는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고 에너지 개발을 비롯해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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