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성 차관’도 협상 가능”..중앙은행과 화해 시도 피치, 세번째로 헝가리 투기등급으로 강등
포린트화 급락세에 다급해진 헝가리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의 신속한 금융지원을 바란다며 그간의 여유 있던 태도를 접었다.헝가리 정부는 또 까다로운 사후 이행조건이 수반하는 ‘대기성 차관’ 지원도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고 물러섰다.
오르반 빅토르 총리는 6일(현지시간) 중앙은행법 개정을 계기로 극한 대립 상태에 빠진 가운데 중앙은행 총재를 만나 화해를 시도했다.
중앙은행법 개정은 유럽연합(EU)이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해친다고 의심하며 헝가리 정부가 요청한 금융지원 협상 개시를 미루고 있는 원인이다.
오르반 총리는 집무실에서 안드레아스 시모르 중앙은행 총재와 면담한 뒤 기자들에게 “시모르 총재는 내 개인적인 지지를 포함해 정부의 지지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는 중앙은행이 경제를 안정시키기 위해 취하는 모든 것을 지지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중앙은행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오르반 총리는 또 “국제통화기금(IMF) 금융지원을 가능한 한 이른 시일 내 확보하는 게 국익에 들어맞는다는 데 정부와 중앙은행이 의견을 같이했고, 그런 방향으로 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안전망을 가진다면 우리의 노력을 경제 성장에 집중할 수 있는 만큼 IMF와 협상을 마무리 짓는 게 헝가리에 중요하다. 이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오르반은 또 정부가 외환보유액 일부를 지방정부 채무상환에 쓰려 한다는 보도와 관련 “중앙은행은 외환보유액을 통제하는 배타적 권한을 지녔고 따라서 정부는 이 문제를 다루지 않는다”고 부인했다.
이날 중앙은행은 성명을 내고 경제장관과 정기적으로 회의를 할 것이며 “경제 안정을 확보하는 데 필요한 수단들을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르반 총리의 이 같은 발언들은 “IMF와 금융지원에 합의하지 못하더라도 자력으로 설 수 있다”고 해온 기존의 입장을 거둬들인 것이다.
앞서 협상대표인 펠레지 터마스 장관은 전날 “전제조건 없이 협상할 준비가 돼 있고, 협상테이블에서 모든 것을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언급한 뒤 ‘대기성 차관’을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애초 헝가리 정부가 선호해온 IMF의 ‘예방적 유동성 지원(PLL)’ 대신 까다로운 사후 이행조건이 부과되는 일반적 구제금융인 ‘대기성 차관’을 수용할 수 있다고 물러선 것이다.
이 같은 입장 변화는 IMF 금융지원 불발 우려에 연일 사상 최저치를 갈아치운 포린트화 급락세에 위기감을 느낀 데 따른 것으로 관측된다.
전날 포린트-유로화 환율은 장중 한때 유로당 324포린트까지 치솟으며 이틀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러나 이날 포린트-유로화 환율은 정부의 태도 변화에 힘입어 오후 3시 현재 유로당 314포린트선으로 내린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한편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등에 이어 피치도 이날 헝가리의 신용등급을 투기등급으로 강등했다.
피치는 헝가리 정부가 ‘정통적이지 않은’ 경제정책을 펴 투자자 신뢰를 떨어뜨린데다 금융지원을 둘러싸고 IMF·유럽연합(EU) 등과 대립을 겪고 있는 점 등을 반영해 헝가리 신용등급을 BB+로 한 단계 낮췄다고 밝혔다. 등급 전망도 ‘부정적’ 전망을 유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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