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집무실로 직접 초청 작별인사 ‘특별예우
차기 한국무역협회장으로 추대된 한덕수 주미대사는 17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워싱턴DC 국무부 청사 7층에 있는 힐러리 클린턴 장관 집무실을 찾았다.클린턴 장관이 “동맹인 한국의 대사가 떠나시는데 꼭 직접 만나뵙고 싶다”고 연락을 취하면서 작별인사를 위해 예정에 없던 면담 일정이 잡힌 것이다.
이 자리에서 클린턴 장관은 “한 대사가 지난 3년간 한·미 양국의 굳건한 동맹관계를 더욱 강화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한 뒤 감사의 뜻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미대사가 미 국무장관을 직접 만날 기회는 정상회담 배석 등을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날 미국 측 초청에 따른 집무실 면담은 ‘특별한 예우’로 받아들여진다고 대사관 관계자가 전했다.
재외공관장회의 참석차 귀국한 직후 갑작스럽게 사의를 표명한 뒤 16일 뉴욕을 거쳐 밤늦게 대사관저로 돌아온 한 대사는 다음날 아침부터 ‘마지막 정리’를 위해 눈코 뜰 새 없는 일정을 소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전에는 일본, 싱가포르, 프랑스 등 주요국 주미대사들과 직접 통화하며 이임 소식을 전했고, 토머스 도너휴 미국 상공회의소 회장과 데이비드 립튼 국제통화기금(IMF) 부총재 등과도 전화통화를 했다.
또 방미 중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부주석의 일정을 수행하고 있는 대니얼 러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선임보좌관, 마이클 프로먼 백악관 국제경제 담당 보좌관, 공화당 소속 존 베이너 하원의장의 비서실장 등 정부·의회 인사들과도 전화로 작별인사를 나눴다.
그동안 친분을 쌓았던 연방 상·하원 의원 60여명을 비롯해 민간연구소 소장 등에게는 친필 사인을 담아 감사편지를 보냈다.
클린턴 장관과의 면담 후에는 웬디 셔먼 국무부 정부차관을 직접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윌리엄 번즈 국무부 부장관은 현재 해외 출장 중이어서 인사를 나누지 못했으며, 커트 캠벨 동아태 차관보는 오는 19일 오후 별도로 만나기로 했다.
이어 한 대사는 대사관에서 전 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이임식을 하고 직원들의 노고를 치하했으며, 저녁에는 워싱턴 한국 특파원단과의 고별 간담회를 갖고 짧지 않은 미국 생활의 소회를 털어놨다.
그는 간담회 자리에서 “지난 2009년 3월 대사직 취임 이후 3년간 단 한 번도 엄청난 중압감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천안함 사태 직후 한동안 일주일에 몇 차례씩 워싱턴DC 시내의 한 빵집에서 제프리 베이더 당시 백악관 NSC 선임보좌관, 성 김 국무부 북핵특사(현 주한미국대사), 커트 캠벨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문승현 공사참사관(현 북미국 심의관) 등과 함께 빵으로 아침식사를 대신하며 협의하던 일을 떠올렸다.
또 “연평도 포격 당시 미 국무부에서 걸려온 전화벨 소리가 아직도 귀에 선하다”고도 했다.
그는 또 ‘1998년 통상교섭본부장 이후 장관, 부총리, 총리, 대사 등을 지내면서 가장 좋았던 직책이 무엇이었느냐’는 질문에 “그런 자리는 없었던 것 같다”면서 “특히 주미대사는 너무 스트레스가 심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 대사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서는 필요성과 중요성을 재차 강조하면서도 최근 정치적 논란에 대해서는 대체로 말을 아꼈다.
그는 “한미 FTA 발표는 거의 임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한 뒤 “미 정부도 한국 야당의 반대가 있다는 데 대해서는 우려하고 있다”면서 “국가 전체가 컨센서스를 이루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한미동맹은 당연한 것도 아니고 아무런 대가없이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면서 “우리의 안보와 경제발전의 큰 기둥이 되고 있는 한미관계를 당연한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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