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흉악범이 치매흉악범 돌본다

美 흉악범이 치매흉악범 돌본다

입력 2012-02-28 00:00
업데이트 2012-02-28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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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수 고령화로 환자 늘어 재정난에 간호요원 못 구해

미국 캘리포니아 남자 교도소 욕실. 40대 중년 남성이 60대 노인을 샤워시킨 뒤 면도해 주고 있다. 이어 겨드랑이 냄새 제거제를 발라주고 기저귀도 채워준다. 있는 정성 없는 정성 다 쏟는 이 중년 남성은 한 여성을 칼로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고 25년째 복역중인 세셀 몽고메리다. 그리고 어린아이처럼 양순하게 몽고메리의 손길을 받는 노인은 여자친구를 잔인하게 살해한 죄로 역시 종신형을 살고 있는 월터 그레고리다. 치매에 걸린 그레고리의 수발을 몽고메리는 매일 들고 있다.

미국에서 흉악범에게 사형 대신 종신·장기형을 선고하는 주들이 늘어나면서 수감자들이 고령화되고 있으며 이에 비례해 치매 환자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재정난으로 신음하는 교도소 당국은 치매 환자를 돌볼 여력이 없어 흉악범 죄수가 치매에 걸린 동료 흉악범 죄수를 돌보게 하는 고육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 전역의 교도소에 있는 기결수 160만명 가운데 10%가 종신형, 11%가 20년 이상의 장기형 복역자들이다. 55세 이상 재소자는 12만 5000명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재소자들은 과도한 긴장이나 당뇨, 흡연, 우울증, 약물남용 등에 노출돼 있기 때문에 일반인에 비해 치매에 걸릴 위험이 높다고 지적한다. 죄수들이 일반인보다 15년 정도 빨리 늙는다는 점을 들어 50세 이상을 노인층으로 분류하는 주들도 많다.

뉴욕주는 치매 재소자를 위한 특별 수용소를 운영하고 있는데 비용이 만만찮다. 1명당 연간 비용이 9만 3000달러로 일반 교도소(연간 4만1000달러)의 2배가 넘는다. 펜실베이니아주 등에서는 정신질환 담당자들에게 치매 환자를 위한 특별교육을 병행한다.

반면 캘리포니아나 루이지애나의 교도소처럼 예산과 직원이 부족한 곳에서는 비용은 적게 들지만 훨씬 위험한 방법을 선택하고 있다. 정신이 멀쩡한 흉악범들을 교육시켜 치매에 걸린 재소자의 일상을 돌보도록 하는 것이다.

캘리포니아 남자 교도소의 심리상담 직원 체릴 스티드는 “그들이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고 이곳에 왔다는 것을 우리도 안다.”며 “하지만 그들 없이는 이 많은 치매환자를 제대로 돌볼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 교도소에서 치매환자를 돌보는 흉악범들은 푸른색의 통상적인 수의가 아닌 노란색 재킷을 입고 있어 ‘황금 코트’로 불린다고 한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2012-02-2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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