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시골마을, 350년전 유언장 소송

美 시골마을, 350년전 유언장 소송

입력 2012-03-04 00:00
수정 2012-03-04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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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매사추세츠주(州) 보스턴의 한 조용하고 유서깊은 시골마을이 350년 전에 작성된 유언장을 놓고 시끌벅적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현지시간) 영국 청교도가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플리머스에 내린지 40년쯤 지난 시점에 윌리엄 페인이란 이름의 부유한 상인이 남긴 유언장을 둘러싸고 이프스위치 주민 사이에 벌어진 송사를 소개했다.

 페인은 사망하기 8년 전 바다에 접해 경관이 빼어난 35 에이커(14만㎡)의 땅을 이프스위치 공립학교에 물려주면서 “이 땅은 결코 팔아서는 안 되고 ‘영원히’(for euer) 학교를 위해 사용돼야 한다고 ”유언장에 적었다.

 그로부터 250년이 지났을 때 7명으로 구성된 관재인단은 해당 부지에 들어선 167채의 오두막 거주자에게 임대료를 거둬 학교측에 전달하기 시작했고 마을 구성원들도 한동안 불만이 없었다.

 하지만,2001년 일부 주민들이 관재인단의 토지관리 방식에 의문을 제기했고,마을 공동체는 조사를 벌인 끝에 임대료를 너무 적게 받는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오두막에 연중 내내 거주하는 사람에게 받는 임대료가 공시지가와 비교해 턱없이 낮은 900달러에 그쳤던 것이다.

 관재인단이 2006년 임대료를 10만800달러로 올리자 이번에는 오두막 거주자들이 소송을 냈다.

 이후 임대료를 둘러싼 소송이 반복되자 골치가 아파진 관재인단은 결국 지난해 12월 땅을 오두막 주인들에게 3천250만달러에 판매하기로 합의하고 법원의 승인을 받았다.

 그러자 주민들이 다시 발끈하며 토지판매 금지 소송을 제기했다.관재인단이 땅을 영원히 팔아서는 안 된다는 유언장의 내용을 무시했고 판매가도 너무 낮다는 두 가지 이유였다.

 매사추세츠주 법에 따르면 관재인단은 부여된 임무를 더 수행하는 게 힘들어지거나 예측하지 못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에 한해 정관을 무시할 수 있다.

 학부모들은 “매각 결정의 피해자는 학생과 땅을 물려준 페인”이라며 “이 땅이 팔리고 나면 영원히 다시 찾을 수 없다.우리는 왜 이 땅을 팔아야 하는지 그 합당한 이유를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반면 관재인단 측은 “유언장이 작성된 것이 워낙 오래전의 일이고,그동안 세상이 많이 변했다”며 토지를 계속 보유하는 것은 비용도 너무 많이 들고 쉬운 일이 아니다는 입장이다.

 WSJ는 2일 법정에서 양측 변호인들이 유언장에 적시된 ‘for euer’가 실제로 ‘영원히’(forever)를 의미하는지를 놓고 열띤 공방을 벌였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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