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가정부 출신 성전환자의 몰락

오바마 가정부 출신 성전환자의 몰락

입력 2012-03-06 00:00
업데이트 2012-03-06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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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 일이지만 에비는 한때 “배리” 오바마라는 아이를 돌봤다.

지금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권력을 행사하는 인물로 성장한 그 아이 말이다.

에비는 지금 자신의 몸에 꼭 끼는 꽃무늬 드레스와 브래지어 등 옷가지를 모두 버리고 인도네시아의 길거리에서 아무 희망 없이 공포 속에 살아가고 있다.

에비는 성전환자이다.

남자로 태어났지만 본성은 여자라고 생각하는 에비는 이런 정체성 때문에 평생 조롱과 구타를 당하며 살았다.

군인들은 에비의 길고 검은 머리카락을 빡빡 밀어버리거나 불붙은 담배를 그의 손과 팔에 비벼대곤 했다.

올해 66세에 이른 에비는 지금은 이런 성전환자 생활을 단념했다.

매춘업계에서 친했던 동료가 하수도 물길에서 퉁퉁 분 사체로 떠오른 모습을 본 것이 계기가 됐다.

에비는 그 직후 여성 옷가지와 화장품 등 자신이 사용하던 것들을 모두 큰 상자에 담아 치워버렸다.

에비는 “내 본성이 여자라는 것을 알지만 그렇게 죽고 싶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인구 2억4천만명인 인도네시아에서 태어난 성과 반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는지 정확히 알수는 없지만 사회활동가들은 700만명 정도로 추산한다.

무슬림이 절대다수인 이 나라에 그런 사람들이 이토록 많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성전환자에 대한 인도네시아 사회의 반응은 한 마디로 잘라 말할 수 없지만 이들은 경멸과 박해를 받으며 살아간다.

특히 최근 들어 강경 무슬림들이 이들을 공격하는 사태가 잇따르면서 이들의 삶은 더욱 조심스러워졌다.

인도네시아 국가인권위원회는 해마다 살인이나 성폭행 등 이들에 대한 온갖 종류의 박해가 1천건 정도 접수된다고 밝혔다.

전 세계로 보면 최소한 이틀에 한 명 꼴로 성전환자 살해 사건이 일어난다.

이 나라 최고의 이슬람 기구는 이들에게 태어난 대로 살라는 특별 지침을 내리기도 했다.

본성대로 살고 싶지만 직업을 얻기 어려운 이들은 매춘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에비의 주민등록증에 적힌 본명은 투르디이며 성별은 남자로 돼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어릴 적에 살던 자카르타의 멘텡 지역에 여전히 살고있는 몇몇 주민들은 투르디가 2년 동안 오바마가에서 가정부로 일했다는 사실을 확인해줬다.

에비는 지금 자카르타 슬럼가에서 세탁물 빨래를 해주며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있다.

에비의 아버지는 어릴 때부터 여자 같았던 에비를 종종 때렸다.

에비는 “내가 남자처럼 굴기를 아버지가 원했지만 나는 그렇게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조롱과 윽박지름에 시달리던 에비는 결국 초등학교 3학년을 지나고 학교를 나와 요리를 배웠다.

에비는 요리에 재능을 보였으며 10대부터 고관들의 집에서 요리사로 일했다.

오바마가에 들어가게 된 것도 이런 연유였다.

에비는 1969년 한 칵테일 파티에서 오바마의 어머니 앤 던햄과 알게됐다.

인도네시아인 롤로 소에토로와 재혼해 인도네시아에서 살게 된지도 2년이나 지났던 당시 앤 던햄은 에비의 비프스테이크와 볶음밥 요리 솜씨에 반해 가정부로 채용했다.

에비는 자연히 당시 8세였던 배리 오바마를 돌보게 되고 등하교 길에도 동행하게 된다.

당시 동네 사람들은 에비가 밤에 짙은 화장에 여장을 하고 외출하던 모습을 기억한다.

에비는 그러나 배리가 이 사실을 알았을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에비는 “그가 어렸고 여장한 모습을 절대 보여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가 가끔 엄마의 립스틱을 슬쩍 바르는 모습을 볼 때마다 그는 까르르 웃었다”고 에비는 회상했다.

오바마가가 1970년대 초에 떠나면서 에비의 인생도 갑자기 내리막길로 들어서게 된다.

3년간 남자 친구와 살다가 헤어진 후 먹고살기위해 매춘의 길로 접어든 그는 수하르토 독재 시절 단속 군인들을 피해 살아야 했지만 1985년, 특히 예뻤던 여자 친구 수지가 하수구 물길에서 죽은 채로 발견된 후 성전환자 생활을 포기했다.

수지는 단속이 시작되자 하수구에 뛰어들었고 얼마 후 잠잠해진 뒤에 동료들이 돌아와 밤새 찾은 끝에 발견한 것은 그녀의 사체였다.

에비는 지금 오직 신앙에서 위로를 얻지만 미래에 대한 아무 희망 없이 죽을 날 만 기다리고 있다고 말한다.

에비는 그가 돌보아준 아이가 2008년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사실을 우연히 신문과 TV를 통해 알게됐다고 말했다.

에비는 당시 “내 눈을 믿을 수 없었다”고 싱글거렸다.

에비의 친구들은 에비의 말에 웃음을 터뜨리며 그가 돌았다고 생각했지만 오바마가가 있던 동네 사람들은 에비의 말이 사실임을 확인해줬다.

그곳 주민 주디 야라는 “많은 이웃이 투르디를 기억할 것”이라면서 그가 “당시 인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에비는 자신이 돌보았던 아이가 자신과 같은 사람들을 위해 힘써주기를 바라고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0년 상무부의 선임 기술고문으로 아만다 심슨을 임명한 바 있다.

공개적인 성전환자로는 첫 임명이었다.

”사람들은 나를 쓰레기라고 말하지만 나는 미국 대통령의 가정부였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 자카르타의 길거리에서 살아가는 에비의 자부심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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