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차기 총리 리커창, 日방문 전격 취소 왜?

中 차기 총리 리커창, 日방문 전격 취소 왜?

입력 2012-04-04 00:00
수정 2012-04-04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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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교 40주년’ 행사 국무위원 파견…전대 앞두고 이미지 관리 시각

차기 중국 최고 지도부를 이끌 쌍두마차 격인 리커창(李克强) 중국 부총리가 일본 방문을 전격 취소한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3일 홍콩 명보(明報)와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이달 중 일본에서 열릴 예정인 ‘중·일수교 40주년 기념’ 행사에 참석하려던 리 부총리가 지난달 31일 방일 계획을 갑작스레 취소하고 류옌둥(劉延東) 국무위원이 대신 참석한다고 전했다. 리 부총리의 방일 계획은 차기 국가주석으로 ‘낙점’된 시진핑(習近平) 국가 부주석이 지난 2월 미국을 방문한 것처럼 총리에 ‘내정’된 그에게 동등한 예우를 한다는 차원에서 추진됐다.

하지만 지난달 20일 일본 나고야 시장의 망언으로 상황이 돌변했다. 가와무라 다카시 시장은 자매도시인 중국 난징(南京)시 방문단과 만난 자리에서 “난징대학살은 없었다.”고 언급, 중국 정부의 심기를 긁었다. 그러면서 “발언을 철회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한술 더 떠 일본 정부마저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이와 관련, 베이징 소식통은 “난징 망언·댜오위다오(釣魚島) 주변 일본이름 붙이기·중국 선장 기소사건 등이 잇따라 터져 최고 지도자급 인사의 방일 환경이 크게 악화됐다.”며 “일본이 주요 이웃나라인 만큼 방일 행사를 완전히 취소할 수는 없기 때문에 리 부총리보다 급(級)이 한참 낮은 류옌둥 국무위원을 파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가 겉으로 일본의 자극적인 행위들을 문제 삼고 있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리 부총리의 이미지를 관리하는 차원이라는 시각도 있다. 저우융성(周永生) 중국 외교학원 교수는 “차기 총리가 확실시되는 리 부총리가 적대감을 가진 일본을 방문하는 것이 바람직하겠느냐.”며 올가을 제18기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를 앞두고 국내 여론을 의식해 정치적 모험을 감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2012-04-04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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