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총기난사] 범인 괴물인가, 나약한 낙오자인가

[美총기난사] 범인 괴물인가, 나약한 낙오자인가

입력 2012-04-04 00:00
업데이트 2012-04-04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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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악한 괴물인가, 아니면 인생의 낙오자일 뿐인가.

무려 7명의 목숨을 앗아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오이코스 대학 총기 난사의 범인 고수남(43)에 대한 주변인들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폭력적이고 화를 잘 내는 잔학한 ‘괴물’같은 인간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조용하고 내성적인 성격의 착실한 인물로 기억하는 사람들도 있다.

범행 순간 고수남은 잔인한 괴물이었다.

건물 안내 데스크에 있던 첫번째 희생자에게는 가슴을 향해 조준 사격을 가했다.

한때 함께 공부하던 학생들에게도 서슴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칠판 앞에 줄을 서라”고 지시하더니 “모두 죽여버리겠다”고 소리치며 머뭇거리거나 달아나는 학생들을 향해 총을 쏜 그의 범행에 대해 경찰은 ‘사형집행이나 다름없었다’고 표현했다.

이 대학 간호학과 교수 로미 존 델러리먼은 고수남을 폭력적인 성향이 있는 학생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고수남이 종종 누군가를 흠씬 두들겨 패줬다고 자랑하곤 했다면서 따분할 때는 공원에서 싸움을 벌이곤 했다는 말도 들었다고 델러리먼은 언론과 인터뷰에서 말했다.

특히 고수남은 여성과 인간 관계가 서툴러서 여학생이 많은 학과 특성상 염려되는 적이 많았다고 그는 설명했다.

성격이 불안정하고 피해망상적이라는 느낌도 받았으며 호신용으로 총을 가지고 다닌다고 털어놓은 적도 있다고 델러리먼은 덧붙였다.

고수남이 한때 일했던 슈퍼마켓에서도 멕시코인 종업원들과 자주 다퉜다는 증언이 나왔다.

그러나 델러리먼도 고수남이 ‘착실하고 열심이었다’고 인정했다.

고수남과 이웃집에 살았던 한인들은 고수남이 예의바르고 조용한 성격에 남을 해칠 인물이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누가 말을 먼저 시키기 전에는 말이 없었던 고수남이었다.

버지니아주 글로스터 카운티에 살 때 옆집에 살았던 토머스 럼킨은 “항상 옷을 깔끔하고 차려 입고, 면도를 깨끗하게 하고 머리를 단정하게 매만지고 다니던 청년”이라고 말했다.

경찰도 저항없이 체포에 응했고 수사에도 매우 협조적이며, 희생자들에 대해서도 무척 미안해 한다면서 사악한 심성의 소유자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다만 개인적으로 매우 불행한 삶을 살았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어 삶의 희망이 사라진 상태에서 분노 조절에 실패했던 것이 끔찍한 범행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이혼한 뒤 이렇다 할 직업없이 건설 현장에서 막일을 하거나 슈퍼마켓에서 허드렛일을 하면서 겨우 생활을 꾸려 왔던 고수남은 많은 돈은 아니지만 여기저기에 빚을 남겼다.

2005년부터 버지니아주 해안가 창고 지역에 붙어 있는 낡고 허름한 아파트에 살던 고수남은 2009년 월세가 밀린 채 쫓겨났다. 지방 은행에 1만달러 가량 부채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고 세금 2만3천달러를 체납했다가 1만4천 달러만 납부한 기록이 있다.

작년에는 985달러의 수표를 부도내 은행이 소송을 제기한 사실이 있는 것으로 미뤄 경제적으로 크게 쪼들렸던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작년에는 형과 어머니가 잇따라 세상을 뜨는 불행이 이어졌다.

하지만 무엇보다 새로운 인생을 살아보려는 생각에 입학한 오이코스 대학에서 학업을 따라 잡기가 어려웠던데다 서툰 영어와 내성적인 성격 탓에 따돌림까지 당한데 대한 낙심과 분노가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고수남을 조사한 경찰은 고수남이 총을 쏜 대상자를 미리 점찍은 것이 아니었으며 희생자 가운데 자신을 따돌리거나 놀린 사람은 없었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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