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키 미쓰루 국립교육정책硏 학생지도 총괄연구관
일본에서 집단 따돌림(이지메)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이유는 뭘까. 문부과학성 산하 국립 교육정책연구소 학생지도 연구센터는 초·중·고교 학생들에 대한 지도 방침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곳이다. 이 연구소 다키 미쓰루 총괄연구관에게 일본의 이지메 실태와 해결 방안을 들어 봤다.다키 미츠루 일본 국립 교육정책硏 학생지도 총괄연구관
-이지메는 물건을 몰래 숨기거나 친구들 사이에서 끼워주지 않는다거나 욕을 하는 등 눈에 잘 보이지 않아 좀처럼 파악하기가 어렵다. 학교 안에서 이지메를 당했을 때도 “그 정도는 참아라.”, “그 정도 일로 소란 피우지 마라.”라고 하는 어른들의 인식 때문에 소홀히 다루기 쉽다. 폭력보다 이지메가 다루기 어려운 이유는 이처럼 원인은 없고 모두가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이지메 문제를 다룰 때 주의할 점은.
-이지메 문제 해결에 있어 가해자가 누구인지 찾아내려고만 하는 게 문제다. 모두가 이지메의 가해자이자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상황에서 지목당한 가해자는 그 당시에 우연히 걸린 가해자 중 한 명일 뿐이다. 한국에서도 치열한 입시 경쟁 때문에 이지메가 만연해 있다고 들었다. 그럼 한국에서 입시를 없애면 이지메 문제가 사라질까. 결코 그렇지 않다. 이지메는 아이들이 갖고 있는 스트레스나 불만들을 누군가에게 풀려고 할 때 나타난다. 이지메 자체보다는 아이들의 이러한 스트레스나 불만을 제거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우리 연구소는 3년 단위로 이지메와 관련한 추적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지메를 한번 경험한 아이가 계속 이지메를 당하는지 살펴봤는데 결과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이는 특별한 대상이 이지메를 당하는 것이 아님을 말해 준다. 이지메의 시기와 가해자, 피해자를 추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럼 해결책은 무엇인가.
-미국이나 유럽의 아이들은 스스로 이뤄 내는 성취를 통해 자신감을 갖는 반면 일본 아이들은 주위 사람들이 자기를 어떻게 평가하는가에 따라 자신감을 갖는다. 좋은 행위를 했을 때 감사와 칭찬을 받는 즐거움을 경험하고 이를 통해 약하고 어려운 사람은 도와줘야 한다는 의식을 갖게 된다. 이지메를 당하는 아이들의 생각 속에는 스스로를 혐오하거나 “어차피 나 같은 것”이라는 의식이 자리 잡고 있다.
→학교 폭력은 어떤가.
-일본도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전반에는 학교 내 폭력(학생 간 폭력, 학생이 교사에게 가하는 폭력, 교사가 학생에게 가하는 체벌 포함)이 만연했다. 이때는 교사들의 처벌도 허용됐다. 그러나 지금은 아무리 목적이 교육에 있다 할지라도 체벌을 가하는 교사는 재판을 받거나 해직을 당한다. 교사의 체벌이 사라지고 이지메와 학교 폭력을 나눠 대응해 온 결과 아이들에게 폭력은 범죄라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 잡히고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학교 폭력이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현저하게 줄었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2012-05-14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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