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참패… 메르켈도 긴축심판 못 피했다

지방선거 참패… 메르켈도 긴축심판 못 피했다

입력 2012-05-15 00:00
업데이트 2012-05-15 00:2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유럽 내 긴축정책을 주도하는 앙겔라 메르켈(58) 독일 총리가 ‘안방’에서 직격탄을 맞았다. 여당인 기독민주당(CDU)이 13일(현지시간) 실시된 독일 최대 선거구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NRW) 주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것이다. 내년 9월 총선에서 3선을 노리는 메르켈 총리의 정치 행보에 큰 타격이 될 듯하다. 반면 사회민주당(SPD)의 여장부인 하넬로레 크라프트(51)는 선거를 승리로 이끌며 정치적 입지를 더욱 탄탄히 했다.

이날 투표 마감 직후 독일 공영 ARD방송의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주에서 연립정부를 구성한 사민당과 녹색당은 각각 39%, 12%를 득표해 과반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민당은 26% 득표에 그쳐 2010년 지방선거 당시 득표율(34.6%)을 크게 밑돌았다. 기민당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이 지역에서 거둔 최악의 성적표라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등이 보도했다.

기민당의 참패는 앞선 프랑스, 그리스, 이탈리아 선거 등에서처럼 ‘긴축 심판론’이 힘을 발휘한 결과로 보인다. 기민당 주 총리 후보인 노르베르트 뢰트겐 연방 환경장관은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의 심판을 받는 쪽은 메르켈의 유럽 정책이 아니라 현직 주 총리인 크라프트의 대출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긴축 일변도에 지친 민심은 크라프트의 손을 들어줬다.

메르켈 총리는 14일 기자회견에서 “쓰리고 고통스러운 패배”라면서도 “그러나 유럽 정책은 이번 선거 결과에 어떠한 영향도 받지 않는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는 역사적으로 독일 정치·정책 흐름의 풍향계 역할을 해왔다. 독일 전체 인구의 5분의1가량인 1780만명이 이 지역에 거주하며 유권자 수만 1320만명이다. 독일 대표 공업 도시인 뒤셀도르프가 주도(州都)로 독일 최대 산업 기반을 갖췄다. 이 지역 투표 결과가 독일 전체 표심을 대변해 주는 경우가 많았는데 2005년 사회당·녹색당 연정은 이 주 선거에서 패배한 뒤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가 메르켈 총리에게 자리를 내주고 물러났다.

사민당이 완승한 데는 현직 주 총리인 크라프트의 높은 인기 덕도 컸다. 크라프트는 통합과 실용적 스타일 때문에 “마치 메르켈을 연상시킨다.”는 평가를 곧잘 받는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그러나 교사와 경찰 고용을 늘리는 등 연방정부의 긴축 노선과 각을 세워 왔다.

한편 선거에서 패한 메르켈 총리는 15일 프랑스의 새 대통령인 프랑수아 올랑드와 베를린에서 만나 회담한다. 외신들은 자국에서조차 ‘긴축의 역습’을 당한 메르켈 총리가 ‘긴축 대 성장’을 논의할 이번 회담에서 다소 난처한 처지에 몰릴 수 있다고 전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2012-05-15 18면
많이 본 뉴스
최저임금 차등 적용, 당신의 생각은?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심의가 5월 21일 시작된 가운데 경영계와 노동계의 공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올해 최대 화두는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입니다. 경영계는 일부 업종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요구한 반면, 노동계는 차별을 조장하는 행위라며 반대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