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8 정상회의, ‘안정과 성장의 균형’에 방점

G8 정상회의, ‘안정과 성장의 균형’에 방점

입력 2012-05-20 00:00
업데이트 2012-05-20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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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식 긴축 안정책과 오바마식 성장 진작책 조화 공감

미국 워싱턴D.C. 인근 메릴린드주 캠프 데이비드 별장에 모인 주요 8개국(G8) 정상들은 첫날인 18일(현지시간) 북한 핵 문제 등 안보 현안을 집중 논의한 데 이어 둘째 날인 19일은 경제 이슈를 다뤘다.

정상들은 그리스가 유로존(유로화 사용국)에 잔류하는 것을 지지하는 한편 유럽 채무 및 금융 위기로 위협받는 세계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다하기로 합의했다.

특히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오래 이끌어온 안정 위주 접근법인 유럽식 긴축 정책과 성장에 초점을 둔 미국 스타일의 경기 진작책의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는데 공감했다.

이들 정상은 공동 성명에서 “우리는 세계 경제에 활력을 다시 불어넣고, 금융 불안에 대응하기 위해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면서도 “다만 적절한 조치는 개별 국가마다 다르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상들은 유럽 위기 해법에 대한 논의의 초점을 성장 위주 치유책으로 넓힌 데 만족한 것으로 보인다.

G8 정상회의 공식 발표문에 상대적으로 작은 국가가 언급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지만, 그리스의 긴축 조치를 둘러싼 정치적 교착상태가 유로존 이탈을 이끌어 세계 금융 시스템과 경제 안정에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모른다는 공포가 시장을 긴장시키고 있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다.

공동 성명 내용은 따라서 메르켈 총리와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번영으로 가는 길이라며 지켜온 예산 삭감에 의한 긴축 조치 기조를 최근 유럽의 정치 지형 변화를 반영해 일부 변경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예산 정책과 성장 전략을 결합해야 한다는 공통 필요성을 인식하게 된 것이다.

이것은 새로 선출된 사회주의자인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

캐머런 총리는 오바마 대통령과 아침 일찍 체육관에서 운동을 하고 나서 기자들에게 “유로존 위기를 극복하려면 곧바로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긴급 대책이 세워져야 하며 은행과 거버넌스, 방화벽 강화 등 모든 조치가 매우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헤르만 반롬푀이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유로존 금융 안정을 담보할 수 있는 모든 필요한 것을 하겠다”고 밝혔다.

올랑드 대통령은 유럽펀드를 스페인 은행에 투입하면 EU의 스페인 금융 위기 구조 노력에 의미 있는 가속 페달이 될 것이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공동 성명에 스페인은 직접 언급되지 않았다.

유럽 전역의 긴축정책 기조를 고수하면서 새로운 자극 요법을 통한 성장 정책의 요구를 거부해오던 독일도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했다.

조합원 수가 360만명으로, 독일 내 최대 산별 노조인 IG메탈은 지난 20년 이래 최대 폭인 4.3% 임금인상안에 합의했다.

독일 물가상승률인 2%의 배가 넘는 이 인상폭은 유럽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의 근로자 구매력을 높여 독일 내수 진작은 물론 유럽 전체의 경기를 어느 정도 활성화할 수 있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독일과 프랑스의 유로존 안정ㆍ성장 방안에 관한 갈등설에 대해 “양국은 다른 위치에 있지 않다”고 부인했다.

그는 “유로존 재정 통합과 성장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우리는 예산 균형을 통한 재정 규제와 성장을 위한 노력이 동시에 필요하다는 데 완전히 같은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독일과 프랑스의 이견이 없느냐’는 직접적 질문에 “이견이 있었다면 G8 정상이 발표한 공동성명에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또한 세계 경기 부양을 위한 수단으로 성장 정책을 내세운 미국의 주장에도 부응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공동 성명이 나오기 전 기자들에게 “성장과 안정, 그리고 재정 강화 방안 등이 유럽과 세계 경제 번영을 위해 추진해야 할 광범위한 패키지의 일부가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가 성장을 강조한 것은 유럽 17개국 단일 통화권의 미래를 위협하는 유로존의 위기가 미국에 전염돼 연약한 기반의 미국 경기 회복과 그의 대통령 재선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오바마 대통령은 G8 정상회의 사진 촬영 때도 균형을 추구했다.

그는 유럽의 최대 강국인 프랑스와 독일 정상을 각각 그의 오른 쪽과 왼쪽에 세웠다.

흔들리는 세계 경제 성장을 지탱하려는 또 하나의 움직임으로 G8 정상들은 원유시장을 주도면밀하게 감시하면서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공급을 늘리는 방안을 준비겠다고 밝혔다.

지난 한달간 원유 가격은 10%나 떨어졌지만, 이란에 대한 제재가 다음달 시작되면 또다시 치솟을 공산이 크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정상들이 성명에서 “세계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으나 여전히 상당한 역풍도 계속되고 있다”고 한 것도 이런 상황 등을 고려한 것이다.

특히 이란의 핵 프로그램과 관련해 압박 강도를 높여 완전한 제재 이행을 약속하는 한편 필요하면 원유 가격을 내리기 위해 함께 행동하기로 했다.

이틀간의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를 마친 뒤 오바마 대통령은 고향인 시카고로 가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중점 논의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의를 주재한다.

한편, 마리오 몬티 이탈리아 총리와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메르켈 독일 총리는 다음달 초 로마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그리스 사태 등 유로존의 재정 위기를 타개할 방안을 다시 논의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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