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ㆍ롬니, 비방광고 3차대전 돌입”

“오바마ㆍ롬니, 비방광고 3차대전 돌입”

입력 2012-05-25 00:00
수정 2012-05-25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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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와 롬니 후보의 비방광고전은 소총을 주고받던 수준에서 핵무기와 수소탄까지 투하하는 3차대전으로 돌입했다”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가는 TV 광고를 통해 서로 상대방 약점을 물고 늘어지는 난타전을 벌이고 있는 민주당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 밋 롬니 후보 진영간 치열한 네거티브 선거전을 두고 미 버지니아주 리전트대학 정치학교수인 찰스 던이 한 말이다.

실제 미국 대선은 아직도 5개월이나 남았지만 두 진영간 네거티브 헐뜯기 광고전은 각종 방송과 인터넷 상에서 이미 폭발하고 있다고 미 일간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CSM)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먼저 공격에 나선 쪽은 오바마 대통령. 오바마 캠프는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를 일자리를 죽이는 ‘뱀파이어’로 묘사하는 선거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특히 롬니가 30년 전에 세운 사모펀드 베인캐피털이 특정회사를 인수해 인력·사업 구조조정을 한 뒤 비싼 값에 되파는 전형적인 사모펀드라고 비방한다.

오하이오, 콜로라도, 펜실베이니아, 아이오와, 버지니아 등 주요 경합지에서 주로 방영되고 있는 이 광고는 롬니가 공동 창업한 사모펀드인 베인캐피털이 미주리 캔자스에 위치한 철강소 ‘스틸다이나믹스’를 인수해 결국 문 닫게 한 과정을 소개하면서 일자리를 잃었던 직원들 스토리를 들려준다.

베인캐피털이 사들인 GST철강소에서 근무했다가 실직한 존 와이즈맨은 “베인캐피털은 공장에서 엄청난 돈을 벌고 떠나 버렸다”며 “우리는 미트 롬니를 ‘일자리 파괴자(job destroyer)’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GST철강소 직원이었던 잭 콥은 “베인캐피털이 와서 우리의 인생을 빨아 마셨다”면서 “마치 뱀파이어 같았다”고 말했다.

롬니 캠프도 이런 오바마 캠프의 네거티브 대선광고를 정면 반박하는 광고를 틀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집권기에 경제가 호전되기는 커녕 오히려 빚만 잔뜩 쌓였으며 앞으로 상황이 더 악화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또 베인캐피털은 오히려 신생 철강업체의 창립을 도와 6천명의 일자리를 창출했다면서, 베인캐피털의 자금으로 창립에 성공한 인디애나주에 위치한 철강소 ‘스틸다이나믹스’에 대한 스토리를 소개한다.

롬니 광고 속 내레이터는 “조그만 마을의 노동자들이 미국에서 모든 일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면서 “오바마는 변화를 약속했으나 한도 없는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사람처럼 돈을 마구 써 빚더미에 앉게 했다”고 반격했다.

양진영이 이처럼 극한 경쟁으로 치닫게 된 데는 후보들에게 광고자금을 무제한 지원할 수 있는 슈퍼팩(Super PACs)의 탄생도 톡톡히 한몫하고 있다. 슈퍼팩은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단체로, 개인과 달리 연방선거법에 따른 자금 제한을 받지 않는다.

지난 2010년 미 법원이 선거 후보자 개인이 아니라 후보자의 지지세력(슈퍼팩)에 대해 광고자금을 무제한 지원할 수 있게 허용하면서 슈퍼팩이 떠오르게 된 것이다.

슈퍼팩의 막강한 자금력은 11월 미 대선에선 유권자의 표심을 쥐락펴락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는게 미 언론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그러나 이런 공격적인 네거티브 선거전이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견해도 만만찮다. 일부 정치전문가들이나 분석가들은 정치 비방광고전이 유권자들이 누구에게 투표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실제로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보고 있다.

던 교수는 “비방광고의 실체와 그 역할을 그대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면서 “비방광고는 긍정(positive) 광고가 미처 할 수 없는 상대방의 약점 등을 드러내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닌게아니라 상대 후보를 조롱하고 비방하며 왜곡하는 비방광고의 역사는 수십년, 아니 수백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지난 1800년 경쟁을 벌였던 토머스 제퍼슨이나 존 애덤스 등 건국의 아버지 세대들조차 추악한 비방전을 전개한 사례도 있다.

앨 고어, 존 케리 등 과거 민주당 대선후보 광고 제작에 참여했던 밥 슈럼은 “설사 비방광고라 해도 사실에 부합하는 정확한 내용이냐 아니냐에 따라 평가받아야 한다”면서 “사실 부합 여부가 평가 기준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라델피아 소재 펜실베이니아대학의 캐슬린 홀 제이미슨 교수도 비방광고가 유권자들이 후보를 선택하는데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후보 약력이나 연설에서도 자칫 공란으로 남았을 부분을 채워주는 역할을 한다는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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