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식 정치개혁 혼란 야기…후 주석, 마르크스·레닌 이해 못해”
중국 좌파 계열의 공산당 원로와 보수학자 300여명이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을 인신공격하고 정치 개혁을 주장해 온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의 파면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은 연명 서한이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8일 중국 포털사이트 바이두(百度)에는 ‘여러 인터넷 사이트에 대한 불법 폐쇄 조치 및 당 중앙의 설명을 요구하는 중대 문제에 관한 보고’라는 제목의 문서가 홍망(紅網) 등 좌파 사이트를 중심으로 검색되고 있다. 문서에는 친중다(秦仲達) 13차 공산당 중앙위원, 장친더(張勤德) 당 중앙정책연구실 부국장, 류중허우(劉仲侯) 장쑤(江蘇)성 정법위원회 전 서기, 시자오융(奚兆永) 난징(南京)대 교수, 리청루이(李成瑞) 전 국가통계국장, 마빈(馬賓) 전 국무원 경제기술사회발전연구센터 고문 등 전·현직 공산당 간부와 학자 336명의 연대 서명이 담겨 있다. 서한은 후 주석을 비롯한 당 중앙위원 전원에게 보내졌으며 송부 시점은 지난 5월 30일이다.
서한은 우선 “원 총리의 지시로 지난 4월 베이징시의 공안국, 각 부처 신문판공실 등에 링크돼 있던 마오쩌둥 깃발(毛澤東旗幟), 오유지향(烏有之鄕·유토피아), 홍색중국(紅色中國), 둥팡훙(東方紅) 등의 (좌파)사이트가 보름에서 한 달가량 폐쇄됐다.”면서 이는 명백한 정치적 사건이자 범법 행위라며 원 총리를 몰아세웠다. 특히 원 총리가 공산주의 일당 체제가 아닌 자본주의식 다당제에 바탕을 둔 정치 개혁을 도모해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고 비난하며 당 지도부에 그의 파면을 요구했다.
서한은 또 “후 주석, 당신이 인민일보에 발표한 문장을 진짜 당신이 썼는지 의심스럽다. 왜냐하면 당신이 평소 하는 이야기는 진정으로 마르크스, 레닌 사상을 이해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라며 후 주석에게도 직격탄을 날렸다.
중국 지도부가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에서 차기 최고지도부 확정을 위한 협상을 진행하는 시점에 원 총리 파면 등을 요구하는 서한이 공개된 것과 관련해 일각에선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시 당서기를 끌어내린 후 주석과 원 총리에 대한 범좌파 차원의 역공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베이징 주현진특파원 jhj@seoul.co.kr
2012-08-0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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