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키’라 불리던 구카이라이 ‘장칭’ 신세로

‘재키’라 불리던 구카이라이 ‘장칭’ 신세로

입력 2012-08-09 00:00
수정 2012-08-09 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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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세기의 재판’ 초스피드로 하루 만에 끝

한때 재클린 케네디(존 F 케네디의 아내)에 비유됐던 보시라이(薄熙來·62) 전 충칭(重慶)시 당서기의 부인 구카이라이(谷開來·51)가 역사의 죄인이 된 마오쩌둥(毛澤東)의 처 장칭(江靑)의 전철을 밟게 될 전망이다.

존과 재클린 케네디 부부.
존과 재클린 케네디 부부.
살인 혐의로 기소된 구카이라이에 대한 재판이 9일 안후이(安徽)성 허페이(合肥)시 중급 인민법원에서 열린다. 장칭을 비롯한 문화대혁명 4인방 재판과 마찬가지로 ‘세기의 재판’으로 전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지만 재판은 초스피드로 진행돼 단 하루 만에 끝날 것으로 알려졌다. 구카이라이는 영국인 사업가 닐 헤이우드를 독살한 혐의로 사형 집행유예 선고를 받은 뒤 이후 무기징역으로 감형될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 중문판이 8일 보도했다.

앞서 구카이라이는 검찰 조사에서 뇌물 수수 및 재산 해외 은닉 등의 부패 혐의도 인정했지만 살인 혐의로만 기소된 것으로 전해졌는데 이는 부패 문제에서 보 전 서기를 제외시키려는 당 지도부의 의도가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구카이라이는 마오의 ‘오류’까지 뒤집어쓰고 문화혁명의 혼란을 일으킨 주범으로 지목돼 사형을 선고받고 훗날 목을 매 자살했던 장칭에 비견된다.

실제로 장칭이 마오를 등에 업고 권력을 휘둘렀듯 구카이라이도 보 전 서기의 권력을 이용해 각종 이권에 개입, 막대한 부를 챙겼다. 해외 재산 관리를 맡았던 헤이우드를 독살하는 등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무소불위의 안주인’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도 두 사람이 닮은 꼴이란 평이 나온다. 다만 장기간 중국인민최고법원 특별재판부에서 재판을 받았고 그 내용이 텔레비전 생중계로 만천하에 공개됐던 장칭과 달리 구카이라이 재판은 비공개로 조속히 마무리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허페이 법원 앞에는 몰려든 해외 언론을 겨냥해 일찌감치 진입 금지를 표시하는 폴리스라인이 설치되기도 했다.

공산당 권력 서열 25위 이내의 최고위 권력가였던 보 전 서기가 개입된 민감한 정치적 사건을 단순한 형사 사건으로 축소시킨 것은 올가을로 예정된 18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전대)에서 보 전 서기 문제를 최대한 차단시키기 위한 지도부의 의도라고 홍콩의 명보는 분석했다. 이처럼 구카이라이 수사, 기소, 재판이 지도부가 사전에 합의한 각본대로 진행되고 있으며 이는 곧 당이 사법부를 통제하는 중국 사법 체계의 결함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중국 인권변호사 푸즈창(蒲志强)은 “베이징에서 멀리 떨어진 안후이에서 재판이 열린다는 점, 가족들의 뜻과는 달리 지역의 무명 변호사가 배정된 점 등은 이 사건이 정치적으로 처리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베이징 주현진특파원 jhj@seoul.co.kr

2012-08-0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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