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애플 특허소송 복잡해 배심원 혼란 우려

삼성-애플 특허소송 복잡해 배심원 혼란 우려

입력 2012-08-21 00:00
업데이트 2012-08-21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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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해한 평결지침 100쪽·평결항목도 36가지나 돼판사 “나도 이해 어려워”..예정일 24일까지 평결 안나올 수도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소송 심리가 21일(이하 현지시간) 양측 변호인들의 최후변론을 끝으로 마무리된다.

최후변론은 그동안 주장했던 내용을 요약해 배심원들에게 마지막으로 자신들의 주장을 호소하는 것인 만큼 사실상 배심원 평결만 남겨놓은 셈이다.

루시 고 담당판사가 양측 최고경영자(CEO)간 마지막 화해협상을 제안한 것과 관련해 삼성전자의 법률고문인 캐빈 존슨은 20일 오후 “통화는 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고 법원에 보고했다고 미 IT전문매체인 씨넷이 보도해 더 이상의 화해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배심원 평결에 전세계 IT업계가 주목하는 가운데 이날 배심원에게 제시될 평결지침과 평결항목 초안이 공개되자 제대로 된 평결이 나올 수 있을지 우려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특허사안 자체가 전문적이고 복잡한데다 내용도 방대해 IT분야의 문외한들로 이뤄진 배심원들이 평결을 결정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담당판사도 양측 변호인들에게 “배심원들이 심각하게 혼란스러워할 수 있을 것 같아 우려된다”며 “나도 이 지침을 이해하는 게 어려웠는데 배심원들은 나보다도 살펴볼 시간이 적다”고 걱정했을 정도다.

◇평결지침 100쪽·평결항목 36가지…”너무 복잡”

루시 고 판사는 21일 최후변론 이후 배심원들에게 양사가 주장하는 특허침해와 유효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포함된 ‘평결지침(Jury Instruction)’과 실제 평결항목이 기재된 ‘평결양식(Verdict Form)’을 나눠준다.

하지만 이 평결지침이 100쪽에 이르고 평결항목도 22쪽에 36항이나 되는데다 내용도 복잡해 변호사도 정확한 평결항목을 파악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정도라는 게 법원 안팎의 평가다.

예를 들어 20일 공개된 평결양식 초안의 첫 항목은 갤럭시S2 등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21개 제품 각각이 애플의 ‘바운스 백’(특허 381) 특허를 위반했는지를 표기하도록 돼 있다. 이는 아이폰에서 손으로 디스플레이 화면을 터치해 이동시키다가 가장자리에 도달할 경우 즉각적으로 튕겨내는 기능을 말한다.

또 고 판사가 평결지침을 배심원들에게 나눠주면서 직접 읽어줄 예정인데, 읽는데만 2시간 이상 걸릴 정도로 내용이 방대하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날 현재 평결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평결지침은 아직 최종적으로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디자인특허와 관련해 삼성전자는 ‘소비자가 삼성 제품을 애플 제품으로 착각해 구매할 가능성이 있다’면 침해라고 주장하는 반면 애플은 소비자가 ‘양사 제품이 상당히 비슷하다’고 판단하면 침해라고 주장, 이중 어떤 기준이 채택되느냐에 따라 평결내용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배심원 9명은 22일부터 최종 확정된 평결지침과 평결항목을 들고 협의에 들어가며, 평결양식의 각 항목을 만장일치로 작성해야 한다.

하지만 각각의 특허를 모두 이해하고 삼성전자나 애플 개별제품의 침해와 유효성 여부 뿐 아니라 구체적인 손해배상 액수와 특허 소진여부, 반독점 부분까지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예정일인 오는 24일까지 평결 나오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배심원은 전기기사, 사회복지사, 가정주부, 무직자 등으로 구성돼 있다.

게다가 배심원들이 평결 각 문항에 대해 만장일치에 이르지 못하면 담당판사는 부분평결로 인정할 수도 있지만 ‘무평결(Mistrial)’로 인정해 현재 소송을 기각하고 배심원 선정절차부터 다시 재판을 할 수도 있다. 다만 배심원들이 판사에게 지속적으로 질문하면서 논의를 하기 때문에 이런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라는 게 미국 변호사들의 설명이다.

배심원 평결이 나와도 판사의 최종판결까지는 통상 3∼4개월이 더 소요된다. 물론 평결 이후 곧바로 항소심이 시작되고 최종판결이 평결내용을 뒤집을 가능성이 크지 않아 일반적으로는 평결로 1심이 종결되는 것으로 본다.

하지만 평결 이후 ▲재판진행과정에서 해결되지 않은 이슈 ▲배심원 평결상 문제점 ▲재판과정에서 증거채택 문제 등 담당판사의 법적용 오류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기 때문에 담당판사는 이와 관련해 여러 차례 심리를 거친 후 최종판결이 내리게 된다.

◇”누구도 일방적 승리 불가능”…현지선 “애플 다소 유리”

평결 결과를 놓고 각종 추측이 나오고 있지만 대체로 어느 쪽도 일방적인 승리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다만 현지에서는 배심원 재판이 논리적인 근거나 증거보다는 감성과 스토리텔링에 따른 결정을 하는 경향이 있어 애플이 유리할 것으로 점치는 분위기다. ‘안방’에서 재판이 진행돼 배심원들에게 좋은 인상을 줄 수도 있고 주장 내용이 주로 기술적인 내용으로 이뤄진 삼성전자에 비해 감성적인 디자인 부분 등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일방적인 승리가 불가능한 만큼 단기적으로는 시장판도가 급작스럽게 변할 가능성도 그렇게 크지 않은 것으로 전망된다.

지적재산권 전문가 플로리안 뮐러는 이날 연합뉴스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애플이 완승할 것으로 보이지 않아 삼성전자의 입장에서 단기적으로 시장점유율이나 모멘텀을 잃어버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예상했다.

그러나 애플이 정말 중요한 소송으로 보고 있는 갤럭시 넥서스의 특허침해 소송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는 점은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뮐러는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이번 평결이 향후 IT업계의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애플에 불리한 판결이 나오면 시장에 애플 제품과 유사한 디자인을 가진 제품들이 넘쳐날 것이지만 애플이 이기면 아이폰과 다른 다양한 디자인의 제품들이 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애플이 이기면 혁신을 질식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 IT 전문매체인 매셔블의 랜스 울라노프 편집장은 “의학이나 과학, 기술적 진보는 다른 사람들의 업적에서 시작된다”며 “우리는 이를 진보라고 부른다”고 지적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애플의 진정한 적은 삼성전자의 디자인 유사성이 아니라 구글의 모바일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라고 지적하고 있지만 무료로 배포돼 구글이 직접적으로 휴대전화 메이커들과 이익을 공유하지 않기 때문에 피해를 산정할 수 없어 소송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ABC방송은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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