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연 특파원 워싱턴 저널] ‘보통사람’ 매케인 상원의원

[김상연 특파원 워싱턴 저널] ‘보통사람’ 매케인 상원의원

입력 2012-08-31 00:00
수정 2012-08-31 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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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비서 없이 직접 짐 챙기고… VIP라운지 이용 않고…

29일 오전 7시 40분쯤(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의 로널드레이건공항 40번 게이트 앞. 공화당 전당대회를 취재하기 위해 플로리다주 탬파행 비행기를 기다리며 앉아 있었다.

그때 낯익은 노신사 한 명이 게이트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왔다. 한 손엔 큰 여행가방이 들려 있었다. ‘놀랍게도’ 그는 2008년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로 나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맞붙었던 미 정계의 거물 존 매케인(오른쪽·76) 연방상원의원이었다.

매케인 의원은 이륙 1시간 전임에도 VIP라운지를 이용하지 않고 수행비서도 없이 직접 여행가방을 들고 나타나 일반인 대기석에 자리를 잡는 것이었다. 스마트폰을 검색하던 그를 알아본 몇몇 승객이 사진 촬영을 원하자 그는 스스럼없이 응했고,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눴다. 그가 앉아 있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은 뒤 조심스럽게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한국에서 온 서울신문 특파원입니다.”(기자)

“아, 그래요. 반갑습니다.”(매케인 의원)

“그런데 VIP라운지를 이용하지 않으시네요.”

“저는 그냥 이게 편합니다.”

“평소에도 VIP라운지를 이용하지 않으십니까.”

“그렇습니다.”

“수행비서도 동반하지 않으시네요.”

“예, 저 혼자 갑니다. 그런데 왜 그러시죠.”

“아니 그냥 소탈해 보여서요.”

“하하, 그래요. 별일 아닙니다.”

처음엔 질문거리도 아닌 걸 왜 자꾸 묻느냐는 듯 의아한 표정을 짓던 매케인 의원은 “소탈해 보인다.”는 말에 일순 표정을 풀며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악수를 건네며 한 손으로 어깨를 토닥거려 주기도 했다. 매케인 의원은 이날 탬파에 도착해 전당대회장에서 밋 롬니 후보 지지연설을 했다.

한국에서 국회의원이나 거물 정치인들을 동행 취재한 적이 많지만 그중에서 매케인 의원처럼 VIP라운지를 이용하지 않고, 수행비서도 대동하지 않은 채 혼자 큰 여행가방을 들고 출장을 가는 사람은 단 한 명도 본 적이 없다.

carlos@seoul.co.kr

2012-08-31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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