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도 적도 아니다’ 오바마 이집트발언 파장

‘동맹도 적도 아니다’ 오바마 이집트발언 파장

입력 2012-09-14 00:00
업데이트 2012-09-14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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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무르시, 국내정치와 국익 사이 딜레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이집트에 대한 강성 발언이 두 나라 관계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스페인어 케이블TV 텔레문도와 인터뷰에서 “이집트를 동맹으로도, 적으로도 간주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보수 이슬람 정파인 ‘무슬림형제단’ 출신인 무함마드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이 카이로 주재 미국대사관 앞 시위에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리비아 주재 미국대사를 숨지게 한 테러 공격을 강하게 비난하지 않은데 대한 미국의 불만이 담긴 발언으로 풀이됐다.

오바마 행정부의 중동 정책에 대한 미국내 비판여론을 의식한 측면이 있다고 치더라도 이집트와의 관계를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센’ 발언이었다.

파장이 일자 미국 정부는 일단 ‘물타기’를 시도했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은 외교적, 법적으로 정확하게 말했다”면서 “우리는 이집트와 동맹 조약을 맺고 있지 않다. 동맹은 법적인 전문용어”라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이 말했듯이 이집트는 미국의 오랜 파트너”라며 “우리가 이집트의 민주주의 이행을 지지하고, 새 정부와 함께 일하는 것은 그 파트너 관계에 기반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백악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이집트 관계는 시험대에 올라선 양상이다.

미국의 중동 정책에 적극 협력했던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이 축출된 후 보수 이슬람정파 출신인 대통령이 집권하자 두 나라의 밀월이 유지될 수 있을지 의문시됐다.

하지만 아랍권에서 이집트가 가진 ‘중재력’과 전략적 가치를 무시할 수 없는 오바마 행정부는 무르시 정부를 포용한다는 기조 아래 과거 무바라크 집권기에 했던 이집트 원조를 유지하기로 하면서 양국 관계는 연착륙하는 듯했다.

그러나 지난 11일 크리스토퍼 스티븐스 리비아 주재 대사를 포함한 미국 공무원 4명의 목숨을 앗아간 아랍권 테러 및 시위 사태로 양국관계는 삐걱거리고 있다.

지난 12일 두 대통령의 전화 통화는 양국관계에 감도는 미묘한 기류를 확인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외교관 보호를 위한 이집트 정부의 충분한 조치를 촉구하자 무르시 대통령은 미국 외교관의 안전 담보를 언급하면서도 미국 영화가 이슬람교를 모독했다는 점을 강도 높게 거론했다. 서로 ‘초점’이 어긋났던 것이다.

양측간 냉기류는 무슬림형제단과 미국대사관 사이의 ‘사이버 공방’을 통해서도 확인됐다.

무슬림형제단은 트위터 영문 계정을 통해 주 카이로 미국대사관 직원들이 무사한데 안도감을 표하고, 양국 관계가 이번 사태의 영향을 받지 않길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아랍어 계정에는 시위를 독려하는 메시지를 실었다.

카이로 주재 미국대사관은 “당신은 우리가 아랍어 트위터도 본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한다”는 가시 돋친 메시지로 대응했다.

이런 갈등에도 불구하고 양국은 상대국의 중요성을 간과하기 어렵다.

미국은 무르시의 이집트가 이스라엘과의 평화조약을 유지하며 중동 정책에서 미국의 원군 역할을 해주길 바라고 있다. 또 이집트는 지난해 1.8% 성장에 그친 경제를 살리는데 미국과, 미국이 최대 지분을 가진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원 및 협력이 절실하다.

그러나 문제는 국내정치 상황이다.

올 11월 재선에 도전하는 오바마 대통령은 밋 롬니 후보를 비롯한 공화당 인사들이 중동정책의 유약함을 걸고넘어지는 상황에서 이집트에 유약한 모습을 보이긴 어렵다. 당장 대 이집트 원조를 끊고, 10억 달러 규모의 부채 탕감 계획도 철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에서 중도층 표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헌법이 마련되는 대로 총선을 치러야 하는 무르시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경제를 살리는데는 미국의 원조가 절실하지만 이슬람권 전체에 반미정서가 들불처럼 번지는 이때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영국 더럼대의 중동정치 전문가 칼릴 알 아나니는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무르시는 반 이슬람 영화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통해 대중적 이미지를 견고히 할 것이냐, 미국을 중시할 것이냐 사이에서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며 “나는 그가 국내에서의 이미지를 포기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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