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혐의로 복역중인 튀니지 경찰, 피해자 맞고소
이슬람 국가 튀니지에서 성폭행을 저지른 경찰관들이 피해 여성을 외설죄로 고소, 인권단체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튀니지 NGO 단체들은 26일(현지시간) 공동 성명에서 이달 초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가 인정돼 투옥된 경찰관 2명이 피해여성을 맞고소한 것에 대해 “범죄 희생양을 피의자로 바꿔버렸다”면서 강하게 비난했다.
내무부에 따르면 피해 여성과 이 여성의 정혼자는 지난 3일 ‘부도덕한 행동’을 한 혐의로 경찰관 3명에 의해 체포됐다. 이 중 경찰관 2명이 그 자리에서 여성을 성폭행해 유죄를 선고받았다.
현재 교도소에 수감중인 문제의 경찰관들은 해당 여성을 외설죄로 맞고소했고 이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치안판사는 피해 여성에게 법원 출두를 명령했다. 공판은 다음달 2일 열릴 예정이다.
성명 발표에 참여한 튀니지민주여성연합과 튀니지인권연맹 등은 경찰관들의 맞고소는 “피해 여성과 그의 정혼자가 자신들의 권리를 포기하도록 강요하고 위협하기 위한 절차”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여성을 상대로 한 폭력과 맞서 싸우겠다는 튀니지 정부의 진정성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내무부 대변인은 피해 여성에 대한 기소 절차는 전적으로 치안판사가 결정한 것이라면서 “(정부와) 전혀 관련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이마저도 경찰의 범죄를 정당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정치권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좌익 성향의 연립 정당은 “튀니지에서 성폭행은 여전히 진압의 수단으로 관행처럼 자행되고 있다”면서 남녀 모두를 신체적, 도덕적, 성적 폭력으로부터 보호하는 법안을 요구했다.
인권단체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공판 당일 법정 밖에서 항의 시위를 독려하고 있다.
한편 ‘아랍의 봄’ 혁명 이후 이슬람 세력이 국가 권력을 잡으면서 이들 국가의 취약한 여성 인권 실태가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여성인권단체들은 경찰이 여성들의 옷차림이나 밤늦게 동행하는 가족 없이 외출했다는 등의 이유를 거론하면서 여성을 자주 괴롭힌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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