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재정절벽’ 해결 앞두고 대형악재 곤혹백악관 “대통령, 대선 다음날 알았다” vs 공화당 “그럴 리가…”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중앙정보국(CIA) 국장의 사임과 관련해 미 의회가 11일(현지시간) 진상조사에 착수키로 하는 등 워싱턴 정가가 벌집 쑤신 듯 소란스럽다.공화당 차기 대권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명망 있던 ‘전쟁영웅’이, 남편을 둔 두 여인과의 ‘3각스캔들’에 휩싸여 불명예 퇴진한데다 미군의 최고급 기밀정보가 새나간 의혹까지 겹치면서 일파만파의 충격파를 낳고 있다.
CNN과 AP 보도에 따르면, 사단은 퍼트레이어스 국장의 ‘연인’이었던 전기작가 폴라 브로드웰이 퍼트레이어스 국장과 불륜관계인 것으로 의심한 제3의 여군에게 수차례 협박성 이메일을 보내면서 벌어졌다.
견디다 못한 켈리는 이를 연방수사국(FBI)에 사이버범죄로 신고했고, FBI가 브로드웰의 이메일을 조사하다 퍼트레이어스와 주고받은 은밀한 이메일을 우연히 발견했다는 것이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FBI가 지난 2월부터 브로드웰이 퍼트레이어스의 PC에 접근한 사실을 밝혀내고 수사해왔으며, 두 사람이 책상 아래서 관계를 가졌다는 언급이 담긴 이메일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이 여군은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 사령부에 배치됐던 국무부 연락관이었고, 현재는 플로리다 탬파에 거주하는 질 켈리(37)로 밝혀졌다고 AP는 보도했다.
켈리는 탬파 소재 미 합동특수전사령부(JSOC)와 맥딜 공군기지에서 공식 직함 없이 무보수로 군과 지역사회 간의 연락 업무를 맡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재까지 퍼트레이어스 국장은 켈리와는 연인 관계가 아닌 단순한 친구일 뿐이며, 양쪽 가족이 모두 잘 아는 사이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자마자 터져 나온 이번 사임 파장은 미 경제의 회생 여부가 걸린 난제 ‘재정절벽’ 해소 문제와 겹쳐 갈 길 바쁜 오바마 정부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농후해지는 분위기다.
공화당의 원만한 협조를 얻어내는 게 급선무인 오바마 정부로선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측이 이를 정치이슈화하자 발등의 불인 ‘재정절벽’ 문제 해결이 물 건너가는 게 아니냐는 당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런 저간의 기류를 감안하면 15일 리비아 벵가지 주재 영사관 피습 사건과 관련한 상·하원 합동 정보위원회 비공개 청문회는 미 하반기 정국의 순항 여부를 가름할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이번 청문회에선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 사건을 첫 보고받은 시기 ▲FBI가 몇 달 전부터 수사했음에도 의회와 행정부에 사전 통보하지 않은 이유 ▲대선이 끝난 뒤에야 사건을 공개한 이유 ▲기밀정보 누설로 인한 국가안보 침해 여부 등이 도마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미 언론이 일제히 보도했다.
말하자면 비록 퍼트레이어스 국장이 공화당 성향 인물이지만 오바마 정부에서 핵심적 역할을 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오바마 재선을 위해 사건을 의도적으로 은닉해온 게 아니냐는 것이다.
공화당 소속 하원 국토안보위원회의 피터 킹 위원장은 “이번 대선에 불리한 사안을 덮기 위해 백악관의 은폐공작 징후가 있다”고 했고, 다이안 페인슈타인 민주당 소속 상원 안보위 위원장도 “사전에 FBI로부터 어떠한 통보도 받지 못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시절 백악관 국토안보 담당 보좌관을 지낸 프랜시스 타운센드도 “백악관이 대선 전에 몰랐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며 은폐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백악관 관리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대선 하루 뒤인 지난 7일 이전에는 불륜 스캔들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어 격론이 예상된다.
또한 퍼트레이어스가 사임한 시기를 놓고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그가 9ㆍ11 테러 11주기에 일어난 벵가지 테러사건에 관한 민감한 기밀사항을 잘 아는 고위인사라는 점에서 15일 청문회에서 행여 오바마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언을 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포석이 아니었느냐는 것이다.
퍼트레이어스는 당초 15일 청문회에 출석, 증언할 예정이었으나 이번 사임으로 증언에 못 나오게 됐다.
하지만 파인스타인 위원장 등 의원들은 퍼트레이어스를 반드시 증인석에 올리겠다는 뜻을 밝혀, 증인 출석 문제를 놓고서도 백악관과 의회가 충돌할 소지가 크다.
앞서 CIA 리비아 주재 본부장은 벵가지 영사관 피습사건 직후 백악관에 미국 공관을 공격한 것은 성난 시위대가 아닌 무장세력이며, 알 카에다의 테러공격 가능성이 있다는 보고서를 계속 올렸으나, 백악관에서 이를 무시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바 있다.
공화당 롬니 후보는 TV 토론회 때 이 사건과 관련, 오바마 행정부의 초기 대응에 문제가 있었음을 수차례 지적했었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이 대선에서 압승하는 바람에 묻히긴 했지만 미 CBS방송과 가졌던 지난 9월 13일자 인터뷰 발언이 뒤늦게 논란이 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피습 사건 이튿날 진행된 CBS와 인터뷰에서 “영사관 피습 사건이 테러행위인지 아닌지 말하기는 이르다”라고 언급했고, 이는 영사관 공격을 처음부터 ‘테러행위’라고 규정했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2차 토론회 발언과 상충하는 것이었다.
공화당측은 CBS방송이 문제의 발언을 두 달 가까이 묵혀뒀다가 대선 이틀 전에서야 홈페이지를 통해 슬그머니 공개해 ‘오바마 대통령을 보호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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