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무위원 유력후보군 특징은
이미 확정된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과 리커창(李克强) 부총리를 비롯해 집단지도 체제를 구축할 중국의 5세대 최고 지도부가 ‘중도 보수’ 성향의 인사들로 채워지게 됐다. 실제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확정됐거나 거론되는 7인 모두 ‘중도 보수’ 성향이다. 마오쩌둥(毛澤東)과 덩샤오핑(鄧小平) 이후 절대 권력자가 사라진 상황에서 계파 간 합의가 지도부 선발의 기준이 되면서 기득권층의 이익을 수호하면서도 여러 계파가 용인할 수 있는 인물들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공청단(공산주의청년단) 직계 후배로 내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를 통해 국무원 총리에 선임될 리 부총리도 과감한 개혁을 언급한 적이 없다는 점에서 역시 중도 보수로 꼽힌다. 허난(河南)성 성장 재직 시절 매혈 및 수혈로 인한 대규모 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에이즈) 감염 사고를 미온적으로 처리하는 등 개혁과는 무관한 내부 정치가란 평을 받아 왔다.
다른 상무위원 후보들도 여러 계파에 발을 두루 걸치고 있어 개혁보다는 기득권층을 대변할 가능성이 높다. 국회의장 격인 전인대 상무위원장으로 유력한 장더장(張德江) 부총리는 상하이방(상하이 기반 정치세력)을 대표하는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과 태자당(당·정·군 혁명 원로 자제 그룹) 보스인 쩡칭훙(曾慶紅) 전 부주석의 고른 지지를 받고 있다. 광둥성 당서기 재직 시절 시 부주석의 아버지인 시중쉰(習仲勛) 전 부총리를 깍듯이 모신 인연으로 시 부주석과도 가깝다.
권력 서열 4위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으로 거론되는 위정성(兪正聲) 상하이시 당서기는 태자당과 같은 훙얼다이(紅二代·혁명 2세대) 출신으로 상하이방이기도 하다. 2007년 시 부주석에 이어 상하이 당서기에 선임되자 ‘시진핑을 배우자’고 소리 높여 외치는 등 정치 감각도 탁월하다.
류윈산(劉雲山) 중앙선전부장은 공청단 출신이지만 장 전 주석의 사람으로 분류된다. 장가오리(張高麗) 톈진(天津)시 당서기는 15년간 석유업계에서 근무한 경력을 바탕으로 향후 중국 국유 석유업체들의 이익을 대변할 인물로 꼽힌다. 중앙기율검사위 서기로 거론되는 왕치산(王岐山) 부총리도 보수파 원로인 장인 야오이린(姚依林) 전 부총리의 영향을 받아 중도 보수 성향으로 분류된다. 홍콩 명보는 12일 이들 7인 모두 ‘중도 보수’ 색채가 강하다는 점을 근거로 “시진핑 1기인 향후 5년 동안 중국에서 큰 폭의 개혁은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시 부주석을 비롯해 리 부총리, 장 부총리, 왕 부총리 등 5세대 지도부 대부분이 문화대혁명 당시 농촌으로 하방돼 노동을 하는 등 민중들의 고된 삶을 직접 체험했다는 점에서 서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개혁을 외면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편 미국의 대표적 ‘중국통’인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은 “18차 전국대표대회(전대)를 통해 탄생할 5세대 지도부는 중국의 혼란기를 몸소 경험했으며 이로 인해 그들은 각종 도전에 더욱 강하게 맞설 것”이라며 5세대 지도부에 대한 기대감을 밝혔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베이징 주현진특파원 jhj@seoul.co.kr
2012-11-13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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