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명은 다시 체포..민간교도소 보안체계 논란 재점화
초강력 허리케인 ‘샌디’가 미국 동북부를 강타한 지난달 29일.뉴저지주의 민간 교도소인 ‘로건 홀’의 전기가 갑자기 나갔다. 이후 철창문이 열렸고 수십 명의 남성 재소자들이 건물 복도로 쏟아져 나왔다.
이들은 여성 재소자를 위협하고 가구를 닥치는대로 부쉈으며 벽에 걸린 액자들도 박살냈다.
교도소가 순식간에 무법천지로 돌변한 틈을 타 최소한 남성 재소자 15명이 탈주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공식 기록에 따르면 이는 뉴저지에서 발생한 최대 규모의 탈옥 사건이다.
탈주자 중에는 폭력과 불법무기 소지, 무장강도 등의 혐의로 복역중이던 중범죄자도 있었다.
당국은 긴급 수배에 나서 14명을 체포했지만 1명은 여전히 행방이 묘연하다.
이번 사건은 감시와 보안체계가 지극히 허술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뉴저지주 민간 교도소를 둘러싼 논란을 재점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건 발생 직후 뉴저지주와 카운디 정부 소속 보안요원 50여명이 비상 소집됐지만 이미 늦은 때였다.
목격자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교도소 운영업체인 ‘커뮤니티 교육센터’(CEC) 측은 어떠한 ‘샌디’ 대비책도 세우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직원들은 정전이 됐는데도 비상 발전기를 어떻게 가동하는지를 몰랐다. 심지어 손전등조차 준비되지 않았다고 한다.
타임스가 주목한 대목은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와 CEC 간의 ‘특수관계’다.
신문은 뉴저지주 법무장관을 거쳐 2010년 1월 주지사에 취임한 크리스티가 이 지역 민간 교정업계의 대표업체인 CEC를 수년간 비호해 왔다는 의혹을 지난 6월 제기한 바 있다.
이 회사의 선임 부사장을 맡고 있는 이는 크리스티의 절친한 친구이자 그의 보좌관 출신인 윌리엄 팔라투치다.
크리스티 본인도 변호사 시절인 2000∼2001년 CEC의 공식 로비스트로 활동했으며, 주지사에 취임한 이후에는 CEC 오너의 사위를 지사실 직원으로 특채하기도 했다.
지난해 뉴저지주가 CEC에 제공한 예산은 7천100만달러로 뉴저지주 전체 민간 교도소에 지원된 총액(1억500만달러)의 70%를 차지했다.
문제는 외부의 거듭된 지적에도 민간 교도소의 관리체계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
2005년 이래 지금까지 뉴저지 민영교소도에서 탈옥한 재소자는 무려 5천100명으로, 이 가운데 최소한 1천300명은 크리스티 주지사가 취임한 이후 29개월간의 탈주자다.
그런데도 그는 법무장관 시절은 물론 주지사로 재임하면서도 수시로 CEC의 시설을 방문, 미국 최고의 교정행정이 이뤄지는 현장이라며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고 CEC는 이를 회사 마케팅에 적극 활용했다.
CEC의 홈페이지에는 지금도 크리스티의 발언들이 그대로 소개되고 있다.
뉴저지 주정부는 ‘샌디’ 당일 ‘로건 홀’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고 있으며, 크리스티 주지사의 대변인은 NYT의 논평 요청에 교정부 소관이라며 답변을 거부했다.
교정부와 CEC는 이번 탈주 사태가 별 것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매튜 슈만 교정부 대변인은 “당시가 특수 상황이었음을 감안해야 한다”며 “따라서 ‘대탈주극’으로 묘사하는 것은 잘못된 증언을 토대로 하는 무분별한 과장”이라고 주장했다.
SEC 측도 “총 547명의 재소자 가운데 ‘소수’가 허리케인으로 인한 정전을 틈타 ‘사소한 혼란’을 일으켰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샌디’가 상황을 어렵게 만든 측면도 있지만 뉴욕과 뉴저지의 다른 교도소에서는 탈주 사건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당시 보안요원을 교도소에 출동시켰던 뉴저지주 뉴어크의 코리 부커 시장은 “누가 봐도 중대한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크리스티 주지사의 친구인 팔라투치 CEC 부사장은 지난주 회사를 떠나겠다고 발표했지만 회사측은 그의 사임이 이번 사건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타임스는 전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