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국민투표 취소해야 대화할 것
새 헌법 제정을 둘러싸고 시위가 벌어지면서 정국 혼란에 휩싸인 이집트가 당초 8일 열리기로 돼 있던 새 헌법에 대한 재외국민 투표를 연기하기로 했다.하지만 야권은 국민투표 자체를 취소하라고 요구하며 정부의 대화 제안을 거절하고 반발을 계속하고 있다.
이집트 선거위원회 위원장 이스마일 함디는 먼저 열리기로 했던 재외국민투표를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재외국민투표는 내국민 투표가 열리는 15일까지 연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 측 인사는 국민투표 자체를 취소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도 내비쳤다.
무함마드 마흐숩 이집트 법무장관은 정부가 국민투표 취소와 헌법안을 다시 제헌 의회로 돌려보내 수정하도록 하는 방안, 제헌 의회를 해산하고 직접투표나 정치세력간 합의를 통해 새로운 의회를 구성하는 등 여러 제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무르시 대통령의 측근은 재외국민투표 연기 결정이 야권과 협상의 여지를 열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마흐무드 멕키 부통령도 야권 대표 인사인 모하메드 엘바라데이에게 무르시와의 대화에 응하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재외국민투표 연기가 정국 혼란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야권은 먼저 국민투표 전체를 취소하고 다른 조건도 충족시켜야 한다며 대화 제안을 거절했다.
엘바라데이는 앞서 TV 연설에서 국민투표 연기와 대통령에게 막강한 권한을 부여한 무르시 대통령의 ‘현대판 파라오 헌법 선언’ 취소라는 야권의 요구를 명확히 했다.
그는 “권리를 침해당했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에 국민이 화났다”며 “무르시 대통령이 이 결정을 받아들인다면 대화의 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흐숩 장관은 무르시 대통령과 정치세력 간의 만남을 언급하며 “내일 좋은 기회가 있다”고 표현하고, “재외국민투표도 연기됐고 마감 시한은 없다. 내일이나 그 다음 날이라도 합의에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집트에서는 수천~수만 명이 대통령궁 앞에 모여 무르시 대통령에 반대하는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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