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號 일본 어디로] (중) 경기 장기침체 끊을까

[아베號 일본 어디로] (중) 경기 장기침체 끊을까

입력 2012-12-19 00:00
수정 2012-12-19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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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압박에 日중앙銀 “돈 풀겠다” 결국 백기

오는 26일 일본의 제96대 총리에 취임하는 아베 신조 자민당 총재가 수렁에 빠진 일본 경제를 되살릴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아베 총재가 추진하는 ‘아베노믹스’(아베 경제정책)의 핵심은 대담한 금융 완화와 토목건설 투자 등 고강도 경기부양책을 통해 일본 경제를 침체에서 벗어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아베 총재는 이를 위해 현재 1%인 물가상승률 목표를 2%로 높이고, 중앙은행의 중립성을 규정한 일본은행법을 개정해 양적 완화를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공공 지출을 늘려 경기를 부양해 명목 3%의 경제성장을 목표로 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실제로 아베 총재는 18일 일본은행의 시라카와 마사아키 총재를 만나 자민당의 정책 공약인 물가목표 2% 달성을 위해 정부와 일본은행 간 정책협정을 맺겠다는 의향을 전달했다. 그동안 아베 총재의 공약에 반기를 든 시라카와 총재는 이날 아베 총재의 ‘무제한 금융완화’ 요구를 받아들이는 등 백기를 들었다. 아베 총재는 총선 선거운동 기간 내내 장기 디플레이션에 빠져 위축되는 일본 경제를 살리기 위해 일본은행의 윤전기를 돌려서라도 무제한 돈을 풀겠다고 약속했다.

아베 총재는 이날 야마구치 나쓰오 공명당 대표와의 당수 회담에서 경기 부양책에 대한 양당의 견해를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시장의 관심은 아베 총재가 내놓을 금융정책에 쏠려 있다. 일본은 1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권에 진입한 후 2분기에도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 대비 0.9% 감소하는 등 경기침체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동일본 대지진의 여파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상태에서 중국과의 외교 분쟁으로 대외무역까지 큰 타격을 입었다.

시장에서는 아베 총재가 내건 과감한 금융완화책이 실현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연일 높아지고 있다. 일본은행이 20일 통화정책회의 이후 추가 양적완화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으며 환율시장과 주식시장은 활력을 되찾고 있다.

18일 달러·엔 환율은 달러당 83.96엔으로 전날에 이어 1년 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도쿄 주식시장에서 닛케이평균은 전날보다 무려 94.13포인트 오른 9923.01포인트로 마감돼 1만선 돌파를 눈앞에 뒀다.

전문가들은 엔화 약세가 이어지면 장기간의 엔고로 가격 경쟁력을 상실했던 일본 수출기업들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가 경제도 수출 개선의 효과를 누릴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아베노믹스에 대한 기대감이 단기간에 끝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무제한적 통화 완화가 정부의 채무 부담을 가중시켜 경제 성장의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물가상승률이 2~3%일 경우 GDP의 2배가 넘는 국가채무의 이자 부담이 폭증할 수 있다. 금융 완화를 실시한다고 해도 투자심리가 곧바로 살아날지도 불투명하다. 막대한 건설국채를 발행할 경우 대외신인도가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

다나카 아이지 와세다대학 교수는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베 총재의 경제 정책이 미온적인 효과를 내거나 중국과의 관계를 더 악화시킬 경우 지지율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면서 “반대로 상황을 잘 헤쳐나간다면 내년의 참의원 선거에서도 자민당이 선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대담한 금융 완화와 엔저 등을 내세운 아베노믹스에 힘입어 일본 기업들이 수출 경쟁력을 회복할 경우 한국 기업들이 세계시장에서 고전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2012-12-19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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