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대통령 사퇴 거부에 ‘파국 시계 재깍재깍’

이집트 대통령 사퇴 거부에 ‘파국 시계 재깍재깍’

입력 2013-07-03 00:00
업데이트 2013-07-03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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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군 개입 예고…정부 지지층 “쿠데타에 죽음으로 대처”

전국적 하야 압력을 받는 무함마드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이 사퇴 불가 의사를 재확인함에 따라 2011년 이집트 혁명 때와 맞먹을 내분의 발발이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갔다.

무르시 대통령이 혼란을 수습하지 못하면 무력 개입한다는 군부의 최후통첩 시한이 닥치기 때문이다. 시한은 3일 오후 4시30분(한국시간 3일 오후 11시30분)께로 추정된다.

보수 이슬람 성향인 정부 지지층은 ‘죽음으로써 대통령을 지킨다’고 다짐해 군과의 대규모 유혈 충돌이 우려된다.

영국 BBC방송과 AFP 통신 등에 따르면 무르시 대통령은 3일 새벽(현지시간) 45분간 한 TV 연설에서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통해 선출된 만큼 대통령직을 계속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헌법적 정당성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내놓겠다”며 군부가 무력개입 최후통첩을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대통령 하야를 촉구해온 시위대는 이 발언에 대해 “자국민에 대한 협박”이라고 성토했다. 이집트 야권과 시민단체가 구성한 ‘타마로드(반란)’ 운동의 지도자인 무함마드 압델라지즈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무르시를 더는 이집트 대통령으로 여기지 않는다”고 했다.

최후통첩을 내놓은 군부는 쿠데타로 집권할 의도는 없다고 강조했으나, 무르시 대통령을 내쫓고 새 헌법을 제정한 뒤 과도정부 수립에 관여하는 방안 등을 준비해 반발이 예상된다.

무르시 대통령과 집권당인 무슬림형제단의 지지자들도 대통령 퇴진 압력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뚜렷하다. 보수 이슬람 성향인 여권 지지층 중에는 “대통령 축출을 수용할 바에야 죽을 때까지 군부와 싸우겠다”는 이들이 많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지난달 말부터 계속된 대통령 하야 촉구 집회에서 시위대와 정부 지지자 사이의 무력 충돌이 벌어지면서 사망자가 잇따르고 있다. 2일 수도 카이로에서만 7명이 희생됐고 지금까지 목숨을 잃은 사람은 23명에 달한다.

매년 이집트에 15억 달러 상당의 원조를 제공하는 미국은 파국 시나리오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일 무르시 대통령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정치적 해법을 당부하기도 했다.

미국 CNN방송은 익명의 미국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오바마 행정부가 무르시 대통령에게 조기 대선을 해결책으로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백악관과 이집트 정부는 모두 ‘그런 제안이 없었다’며 보도를 부인했다.

무르시 대통령은 2011년 호스니 무라바크 독재정권이 무너진 이후 이집트 최초로 선거로 뽑힌 지도자다.

그러나 그와 여당인 무슬림형제단은 최근 집권 1주년을 맞으면서 사상 초유의 반정부 시위에 맞부딪혔다. 보수적 이슬람주의와 권력욕에만 몰두하고 물가 폭등, 실업난, 부패 등 민생 현안은 뒷전이었다는 이유에서다.

무력 개입 의사를 밝힌 군부는 이집트 정계에서 영향력이 막강하다. 무라바크 축출 때는 시민혁명에 참여하면서 ‘킹메이커’ 역할을 했고 민선 대통령 집권 직전에는 대통령 군통수권을 박탈하는 공세를 펴기도 했다.

군부는 최후통첩에서 ‘48시간 뒤 개입’이라는 조건만 언급했을 뿐 구체적인 시한을 제시하지 않았다.

시한의 해석은 이 때문에 단체에 따라 약간씩 다르지만 시위대는 대략 시한을 3일 오후 4시30분(한국시간 3일 오후 11시30분)이나 3일 오후 5시(한국시간 4일 자정)으로 본다.

군부와 현 정부 지지층이 전면 충돌을 피할 것이라는 낙관적 관측도 일부 있다.

군부가 2011년 이집트 혁명 때도 시위대와 무라바크 정권 사이에서 교묘히 줄타기를 한 만큼 일방적 공세를 펼 가능성이 작다는 것이다.

여권 지지층 사이에서도 내전에 대한 신중론이 있다.

AP통신은 현지 이슬람 성직자가 이집트가 1990년대 알제리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는 경고를 웹사이트에 게재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알제리 군부는 선거로 집권한 이슬람 정권을 축출하면서 약 1년 동안 이슬람 반군과 혹독한 내전을 벌였다. 이 성직자는 “알제리 내전에서 수십만 명이 죽으면서 이슬람 측도 정치적 영향력이 줄어드는 등 피해가 막심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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