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살 소녀, 엄마 남친에 성폭행 임신 파문

11살 소녀, 엄마 남친에 성폭행 임신 파문

입력 2013-07-06 00:00
수정 2013-07-06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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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친 남자친구가 가해자 ’낙태 허용’ 촉구 빗발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낙태 금지국 중 하나인 칠레가 성폭행을 당한 초등학생이 임신한 사건으로 발칵 뒤집혔다. 덩달아 낙태 허용에 관한 논쟁이 재점화했다.

최근 남부 푸에르토 몬트 지역에서 초등학교 5학년 소녀(11)가 모친의 남자친구에게 약 2년간 상습적으로 성폭행당해 결국 임신했다고 칠레 언론인 코오페라티바 라디오 등이 6일 보도했다. 가해자는 경찰에 체포돼 범행을 자백했다.

피해자는 현재 임신 14주로 임신 상태가 계속되면 태아와 산모 모두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칠레에서는 치료목적 낙태를 포함해 모든 낙태가 금지대상이다. 적발 시 환자와 시술자 모두 징역 3∼5년형을 받을 정도로 처벌이 엄하다. 사회지도층에서 보수 가톨릭 성향이 매우 강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칠레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인터넷 게시판 등에는 이번 사건의 피해자에게 시급히 낙태를 허용해야 한다는 탄원과 ‘그래도 낙태는 살인’이라는 반대론이 맞서고 있다.

낙태문제는 칠레의 오랜 사회적 난제였다. 가톨릭 성향이 강한 남미에서도 낙태를 범죄로서 엄벌하는 국가는 칠레가 유일하다. 유엔에서도 ‘여성 인권을 억압하는 악법’이라는 질타를 받았다.

작년 칠레 의회에서는 낙태금지 조항을 완화하는 법안이 3건이나 발의됐지만 모두 무위에 그쳤다. 산모의 생명이 위험하거나 태아의 생존확률이 낮은 등 예외적 경우에 낙태를 허용하자는 내용이었지만 보수적 엘리트층의 완강한 거부를 이겨내지 못했다.

올해 대선에서도 낙태는 중요한 주제다. 칠레의 첫 여성 대통령 출신 미첼 바첼레트 등 일부 진보진영 후보들은 성폭행 피해자에 대한 낙태 합법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우파 성향의 현 집권당인 알리안사(Alianza)의 파블로 론게이라 후보는 낙태 반대 원칙을 고수한다.

진보성향 대선 후보인 마르코 엔리케스 오미나미는 트위터에서 “이번 사건은 끔찍한 범죄다. 온 나라에 낙태 합법화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수도 산티아고의 여론조사기관 모리(Mori)의 마르타 라고스 대표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칠레는 경제면에서는 현대화됐지만 낙태 문제에서 보듯 사회나 정치 분야는 정체됐다”며 “가톨릭 영향이 강해 외부 세계와 격리된 보수적 문화가 존재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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