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의식’ 북핵에 새 변수…韓 ‘중심적 역할’ 주목

‘주인의식’ 북핵에 새 변수…韓 ‘중심적 역할’ 주목

입력 2013-11-04 00:00
업데이트 2013-11-04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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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주도 6자 재개 논의에 ‘제동’…한국식 로드맵 촉각남북관계 전환 ‘밑그림’ 그리기 주목…대북정책 변화 관측도

미·중 양국 주도로 흘러가던 북핵 6자회담 재개 논의에 새로운 변수가 부상했다.

상황을 주시해오던 한국이 돌연 한반도 문제의 최대 당사자임을 내세우며 적극적으로 이니셔티브를 행사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우리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조태용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3일(현지시간) ‘주인의식’이라는 화두를 언급한 것은 관련국들에 메시지를 던지려는 일종의 ‘작심발언’으로 볼 수 있다.

조 본부장은 이날 오전 워싱턴 덜레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첫 일성으로 “북한 문제에 대해 주인의식을 가진 나라로서 관련국과의 협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지리적·주권적으로 한반도를 점유한 국가로서 북핵외교 프로세스에 당연히 개입한다는 일반론적 의미를 넘어 우리 정부가 실질적 논의의 주도권을 쥐고 핵문제를 풀어가는 새로운 정책 패러다임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서유럽을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지와 인터뷰에서 “북한의 김정은과의 회담이 남북평화와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언제라도 만날 수 있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밝힌 것과 맞물려 의미가 더욱 커 보인다.

박 대통령의 발언은 “원칙적인 답변”이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지만 기존 남북관계 언급보다 진일보한 것이어서, 새로운 대북정책 기조를 시사하는 것 아니냐는 조심스런 관측을 낳고 있다.

조 본부장의 ‘주인의식’ 언급은 바로 대북정책 운용이라는 큰 틀에서 나왔을 개연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는 한국이 북핵 문제의 최대 당사자이면서도 대북협상을 상당 부분 한미동맹의 틀에 의존하거나 중국의 역할을 수동적으로 기대하는 바람에 구조적으로 강대국 논리에 끌려 다니기 쉽고 우리의 목소리도 제대로 내기 어렵다는 상황인식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미국이 한국의 최대 동맹이기는 하지만 북핵 문제를 국제비확산 체제의 프리즘으로만 인식하는 경향이 있고 그 해법도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 틀 속에서 찾고 있어 한국의 이해가 충분히 반영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중동문제에 밀려 대북정책이 한참 후순위로 밀려나 있는 상황이다.

조 본부장은 “북한 핵문제는 범세계적인 비확산체제에 가장 중대한 도전을 던지고 있는 문제이지만 대한민국 입장에서 보면 북한이 던지는 도전 중의 하나”라며 “우리가 중심적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 국민의 기대”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한국 스스로의 시각과 방법론을 바탕으로 미국-중국 협의에 개입하고 능동적으로 문제를 풀어나가는 쪽으로 대북 협상의 틀을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아니냐는 게 워싱턴 외교가의 시각이다.

우리 정부의 이 같은 입장 정리는 최근 6자회담 재개 논의가 지나치게 G2(미국·중)국의 전략적 이해에 따라 좌우되고 있다는 상황이 ‘자극’을 줬다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주 중국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특별대표의 미국 방문을 계기로 성사된 미·중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은 6자회담 재개 논의에 중요한 진척을 가져온 것으로 평가된다.

구체적으로 합의된 내용은 없으나 6자회담 재개의 조건과 의제 등 ‘각론’을 놓고 미국과 중국 사이에 심도있는 논의가 오갔다는 후문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 정부는 미국을 통해 ‘한다리 건너’ 6자회담 재개와 관련한 핵심적 논의상황을 접해야 하는 위치로 전락한 듯한 분위기였다.

이에 따라 상황을 더 방치할 경우 한국이 6자회담 재개 논의과정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왔다.

특히 미국은 ‘힘의 질서’를 유지하는 차원에서 중국과의 관계를 의식할 수밖에 없어 우리 정부의 희망보다는 중국의 요구에 떼밀려 선뜻 대화재개에 응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대두됐었다.

여기에 북한이 미국에는 대화공세를 펴면서 남한에는 강경태도를 유지하는 전통적 ‘통미봉남’ 식 접근을 시도하는데 대한 견제의 의미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 정부는 금주 초부터 본격화될 한국·미국, 한국·미국·일본 3자회동 등 일련의 관련국 협의과정 속에서 한국의 ‘중심적 역할’을 강조하고 우리 정부가 구상하는 별도의 ‘밑그림’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특히 우리 정부는 2·29 합의 이상의 엄격한 사전조치 이행을 요구하며 원칙론적 입장을 고수해왔고 나아가 전반적인 남북관계의 진전도 함께 중시하는 입장이다. 따라서 미국·중국의 입장을 반영하면서도 일정하게 차별화된 로드맵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자연스럽게 미국과 중국이 속도감있게 논의돼온 6자회담 재개 논의에는 ‘제동’ 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는 미국에 이어 중국에도 이 같은 한국의 이니셔티브를 강조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조만간 중국과의 협의 절차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목할 대목은 우리 정부가 대북협상의 틀로 ‘한국·미국·일’보다는 ‘한국·미국·중국’의 구도를 상정하는 듯한 기류다.

조 본부장은 “회담이 의미가 있으려면 긍정적인 여건 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이 점에서 한국과 미국, 중국은 같은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가 북핵 논의의 이니셔티브를 쥐려는 행보는 과거 6자회담 개최 과정과 9·19 공동성명 성안과정에도 있었지만 현실적인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 정부가 새롭게 ‘주인의식’을 들고나온데 대해 미·중, 그리고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미지수다.

다만 이번에는 단순히 북핵 논의를 넘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라는 틀과 맞물려 ‘그랜드 디자인’이 그려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주목하는 시각이 나온다. 우리 정부가 어느 정도의 창의적이고 능동적인 아이디어와 역할을 제시하느냐에 따라 북핵 논의와 남북관계를 두 축으로 하는 한반도 정세가 선순환구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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