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기 참사로 수세 몰린 푸틴 전략은?

여객기 참사로 수세 몰린 푸틴 전략은?

입력 2014-07-20 00:00
업데이트 2014-07-20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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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전문가단에 조사맡기고 우크라 정부-반군 협상 추진할 듯

우크라이나 사태 과정에서 서방의 지속적인 압박에도 꿋꿋하게 버텨오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말레이시아 여객기 격추 사건으로 수세에 몰렸다.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 진압 작전을 펼쳐온 우크라이나 정부는 물론 서방국가들이 한결같이 여객기 격추가 러시아의 지원을 받은 반군 소행임을 일제히 비난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군은 고도 1만m 상공의 여객기를 격추할 만한 무기가 없고 이들에게 방공 미사일을 지원하지 않았다는 러시아 정부의 주장은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러시아의 반군 지원이 최악의 참사를 불렀다는 우크라이나와 서방의 비판이 더 폭넓게 확산하는 분위기다.

우크라이나 반군은 지금도 여객기 참사와 관련이 없다는 주장을 거두지 않고 있다. 자신들이 보유한 무기는 여객기를 격추할만한 수준이 안 되며 그럴만한 미사일을 확보했더라도 운용 요원이 없다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기자가 19일(현지시간) 찾은 사건 현장 지역 인근 주민들도 대부분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여객기를 격추했다고 믿고 있었다.

러시아도 이런 반군의 주장을 거들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접경한 러시아 국경수비대의 한 관계자는 “정부군 가운데서도 정규군이 아니라 주로 서부 지역 출신의 무장대원들로 구성된 대(對)테러부대 ‘국가근위대’가 범행을 저질렀을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렇듯 양 진영의 주장이 맞서고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반군과 러시아가 수세에 처한 형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 정부는 적극적인 반박 공세를 펼치기보다 국제 전문가단이 객관적 조사를 벌여야 한다며 한발 물러났다. 자체 조사를 위한 블랙박스 회수도 거부했다. 국제 사회의 괜한 오해를 사지 않겠다는 태도다.

푸틴 대통령은 19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마르크 뤼테 네덜란드 총리 등과의 전화통화에서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주도의 사건 조사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분위기를 근거로 일부에선 서방의 대러 추가 제재에 뒤이은 여객기 격추 사건이 푸틴 대통령으로 하여금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공세적 태도를 거두게 할 것이란 전망을 제기하고 있다. 러시아가 반군에 대한 지원을 중단할 것이란 낙관적 관측이다.

하지만 현재로선 이런 관측이 실현되길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아무리 참사의 충격이 크다고 하더라도 러시아가 여전히 반군 책임론을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반군에 등을 돌릴 가능성은 작기 때문이다.

게다가 반군을 통한 우크라이나에 대한 영향력 유지라는 러시아의 전략이 수정됐다고 보기도 어렵다.

’반군 지원을 통한 동부 지역 통제, 동부 지역을 통한 대(對) 우크라이나 영향력 확보’는 러시아의 변하지 않는 전략으로 남아있다.

미국의 정치 컨설팅업체 ‘유라시아 그룹’ 대표 이언 브레머는 로이터통신 기고문에서 우크라이나 반군이 여객기를 격추한 것으로 드러난다고 하더라도 러시아가 갑자기 태도를 바꿔 우크라이나에서 손을 떼려고 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따라서 현재로선 러시아가 어차피 장기화할 여객기 격추 사건 조사를 국제전문가단에 미루면서 우크라이나 정부와 반군 간 협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방향을 취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 협상 과정에서 러시아의 이익을 관철한다는 방침도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크라이나 사태의 장기화가 러시아에도 유리하지 않다는 점을 잘 인식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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