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조용해졌다’ 케리 발언 비판…”’전략적 인내’, 전략은 없고 인내만”디플로매트지 “올들어 북한이 조용해졌다고?…수사적 침묵은 의미없어”
”북한이 조용해졌다”는 존 케리 국무장관의 지난 20일(현지시간) 발언이 워싱턴 외교가의 도마 위에 올랐다.미국의 보수성향 대북전문가인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22일(현지시간) 케리 장관의 발언을 비판하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담대한 희망’에서 ‘번트왕’(bunter-in-chief)으로 곤두박질친 것 같다”고 힐난했다.
’담대한 희망’은 오바마 대통령의 자서전 제목이자 그를 일약 정치적 스타로 만든 2004년 민주당 전당대회 연설의 제목으로, 웅장하고 원대한 정치철학과 신념을 상징하고 있다.
클링너 연구원은 이날 온라인 매체인 ‘더 데일리 시그널’(The Daily Signal)에 기고한 글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이상주의적 수사(修辭)로 점철됐던 대선경선 당시의 외교정책을 포기하고 홈런보다는 1루타나 2루타를 치는데 만족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지적했다.
그는 ‘케리 장관, 당신은 이것을 진전이라고 부르나’라는 제목의 글에서 “작년 4월 중국 방문 이후 북한이 조용해졌다는 케리 장관의 발언은 도발과 유화공세를 되풀이하는 북한 정권의 강온유화 전술을 잘못 이해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북한이 작년 초 긴장을 고조시켰던 것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위협해 3차 핵실험에 따른 대북 제재를 약화시키려는 의도였다”며 “북한은 이미 2009년에도 같은 수법을 동원했고 두개의 사례에서 대체로 성공적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이 조용해졌다는 케리 장관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유엔 안보리의 결의를 어기고 탄도미사일을 연속 발사하며 전세계를 향해 도발하고 있다”며 “올해 초에는 북한이 핵실험장에 대한 추가굴착 이후 4차 핵실험을 준비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지적했다.
클링너 연구원은 “케리 장관은 오바마 행정부가 실질적으로 아무런 진전을 보지 못하면서 비핵화와 관련해 진전을 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그 근거로 북한에 대한 미·중 전략경제대화를 거론하고 있지만 중국은 유엔의 대북 제재를 충실히 이행해 북한에 대한 압박을 늘려달라는 미국의 간청을 지속적으로 거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북한은 미국이 이란과 미얀마, 시리아에 부과했던 일방적 제재를 적용하기를 꺼리는 동안 핵무기능력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하고 증강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은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의 조사결과에 대해서도 미온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은 인내만 요구할 뿐 전략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미국의 강력한 지지 공약에도 불구하고 동맹국들은 미국의 능력과 결의를 의심하기 시작했고 오바마 대통령의 국방비 삭감 등은 적들에게 위협적인 외교와 군사행동을 하도록 대담하게 만들고 있다”며 “오바마 대통령은 칼싸움을 하는데 ‘소프트 파워’를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외교전문지인 디플로매트의 앵킷 팬다 부편집장은 이날 기사에서 “조용하다는 것은 북한이 순화됐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북한이 올들어 조용해졌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팬다 부편집장은 “케리 장관의 발언은 작년 봄 북한이 폭력적 수사를 쏟아내던 상황과 비교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이지만 북한은 올해 한미 합동군사훈련에 대해 작년만큼 격렬하게 저항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산가족 상봉에 합의하고 아시안게임에 선수를 보내기로 했지만 동시에 북한은 탄도미사일 실험을 계속하고 한·미양국에 대한 비난을 계속하고 있으며 핵 프로그램이 둔화되고 있다는 징후를 보여주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팬다 부편집장은 “특히 북한은 수개월간 100개 안팎의 미사일을 발사했으며 지속적으로 국제사회를 향해 군사적 보복과 맞먹는 위협적 수사를 쏟아내고 있다”며 “케리 장관이 ‘북한이 조용해졌다’고 한 바로 그날에도 북한 국방위원회는 탄도미사일 발사를 비판하는 국제사회를 비난하는 성명을 내놨다”고 꼬집었다.
그는 “북한이 얼마나 조용하고 시끄러운지가 대외정책에 대한 입장을 설명하거나 단기적 의도가 무엇인지를 말해주지 않는다”며 “북한의 수사적 침묵은 축하할 가치가 없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