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경찰관 제작 ‘숨 편히 쉬어라’ 티셔츠, 여론에 ‘뭇매’

美경찰관 제작 ‘숨 편히 쉬어라’ 티셔츠, 여론에 ‘뭇매’

입력 2014-12-18 09:26
업데이트 2014-12-18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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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미국 경찰관이 현재 사회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티셔츠를 제작했다가 여론에 뭇매를 맞고 있다.

17일(현지시간) CNN 방송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미국 인디애나주 미샤카와 시 경찰서 소속 경관이자 유니폼 제작회사인 사우스 벤드 유니폼 운영자인 제이슨 버설은 최근 경찰 배지 그래픽과 함께 ‘숨 편히 쉬어라’(Breathe easy·안심하라는 뜻도 있음), ‘법을 어기지 말라’라는 문구를 담은 티셔츠를 만들었다.

지난 7월 뉴욕 길거리에서 가치 담배를 팔다가 체포 과정에서 경찰에 목 졸려 숨진 흑인 에릭 가너가 마지막으로 남긴 ‘숨을 쉴 수 없다’(I can’t breathe)를 연상시키는 표현이다.

뉴욕 대배심이 가너를 살해한 백인 경관에 대해 불기소 결정을 내린 뒤 ‘숨을 쉴 수 없다’는 경찰의 과도한 공권력 사용과 흑백 차별에 항의하고 정의 회복을 바라는 시위대의 구호로 현재 미 전역에서 사용되고 있다.

미국프로풋볼(NFL)과 미국프로농구(NBA) 선수들은 ‘숨을 쉴 수 없다’는 문구가 박힌 티셔츠를 입고 시위에 가세했다.

버설 경관은 백인 경찰의 과도한 공권력 집행에 따른 흑인의 연쇄 사망으로 경찰 위상이 바닥으로 추락한 상황에서 경찰과 지역 공동체 간의 신뢰 회복을 바라며 티셔츠를 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경찰은 지역 주민에게 해를 끼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을 보호하고 봉사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점을 알리고 싶었다”며 “우리 경찰들의 99.9%는 제복을 입고 근무할 때 마음속에 선한 의지를 담고 일한다”고 페이스북에 썼다.

버설 경관은 한 벌당 7.95 달러에 판매하는 이 티셔츠의 주문을 벌써 100건이나 받았고 지금도 쉴 새 없이 전화통이 울리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시민의 반응은 차갑다.

한 페이스북 이용자는 “이 티셔츠는 가너를 비롯해 경찰의 무자비한 행위로 사망한 흑인 유족에 대한 엄청난 결례”라며 “판매를 다시 생각해보라”고 조언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마케팅 담당자로서 이 티셔츠는 강한 분노를 불러온다”며 “이렇게 해서 경찰과 지역 주민 간의 관계 개선에 무슨 도움을 주겠느냐”고 썼다.

올리버 데이비스 미샤카와 시의원은 뉴욕 데일리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티셔츠에 담긴 문구는 ‘정의는 원래 공정하지 않다’고 경고하는 위험한 메시지로, 경찰에게 우리의 숨쉬기를 통제할 권리는 없다”고 비판했다.

데이비스 시의원은 흑인 인권 운동가들과 함께 상점에 ‘숨 편히 쉬어라’ 티셔츠 판매 금지를 요청할 예정이다.

거센 비판에 직면한 버설 경관은 “결코 가너와 그의 유족을 비난할 의도가 없고, 우리는 인종, 종교, 성별을 떠나 모두 하나라는 점을 나타낸 것”이라고 강조했으나 큰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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