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서 한글 배우는 현지 학생들 ‘눈물

케냐서 한글 배우는 현지 학생들 ‘눈물

입력 2015-01-19 16:49
수정 2015-01-19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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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학당 운영중단에 “한글 계속 배우게 해달라” 호소

동아프리카 케냐에서 한글을 배우는 현지 학생들이 한국 정부가 지원하는 한글교육 기관인 세종학당의 갑작스러운 운영중단으로 수업을 계속 할 수 없게 됐다며 눈물짓고 있다.

수도 나이로비에서 한글을 가르치는 세종학당의 김응수 대표(71세)가 최근 겪은 황당한 경험이 결국 잠정 운영중단이라는 결과로 이어진 것.

지난해 12월 한글강의를 끝내고 잠시 휴식을 취하던 김 대표는 사무실로 느닷없이 들이닥친 이민국 관리들로부터 교육허가 비자를 제시하라는 요구에 직면했다.

은퇴 비자를 소지한 채 몇 달 전 신청한 교육 비자를 아직 받지 못해 애를 태우던 김 대표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이민국 직원들을 따라나설 수밖에 없었다.

때마침 김 대표 사무실을 업무 협의차 방문한 박 모(49) 교사도 함께 연행돼 악명높은 케냐의 구치소에 갇히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박 교사는 지난해 초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세종학당 재단에서 파견된 한글지도 교사로 케냐타 국립대학 내 세종학당 분원에서 96명의 학생에게 한글을 가르치고 있었으며, 재단과의 계약 기간을 불과 석 달 남짓 남겨두고 있었다.

케냐는 노동허가서 등 장기체류 비자 발급에 오랜 시일이 걸리고 비용도 많이 드는 국가 중 하나로 알려졌다.

즉심에 넘겨진 김 대표는 애초 법정 통역사를 구하지 못하는 등 외부지원을 거의 받지 못한 채 결국 이틀 동안 구류를 살고서 10만 실링(약 120만 원)의 벌금을 물고 풀려났다.

나이로비 외곽에 있는 여성전용 구치소에 보내진 박 교사는 김 대표가 백방으로 노력한 끝에 닷새 만에 50만 실링(한화 600만 원)의 보석금을 내고 풀려날 수 있었다.

박 교사는 정부 파견 교사 신분으로 현지 대학에서 한글을 가르치다가 형사범 취급을 받으며 사흘간 음식을 먹지 못하는 등 고초를 겪은 기억이 절대 잊히지 않는다고 치를 떨었다.

지난 16일 박 교사에 대한 재판이 나이로비 법정에서 진행됐지만, 이민국과 재판장의 의견 차이로 다음 달 27일로 재판이 연기돼 박 교사는 무비자 상태로 한 달 이상을 케냐에 더 머무르며 속을 태워야 할 처지에 놓였다.

김 대표는 연합뉴스에 “두 사람이 지난해 12월 중순 최초로 법정에 넘겨졌을 때 현지 한국대사관으로부터 ‘민간인’이라는 이유로 통역을 구해줄 수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며 “지금이라도 정부차원의 신속한 사태해결 노력이 절실하다”고 토로했다.

김 대표는 이어 “교육비자가 하루속히 나와 케냐 학생들에게 한글을 가르칠 날이 다시 오기를 바란다”고 안타까운 심정을 전했다.

이번 일을 지켜본 교민 김 씨(48)는 사태가 장기화하는 데 대해 우려하며, 한글을 가르치고 우리 문화 전파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했던 김 대표와 박 교사의 노력은 케냐 정부의 야속한 비자정책과 한국 정부의 미진한 행정 탓에 수포로 돌아갔다고 아쉬워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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