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박물관에 거액 쾌척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미국 방문을 계기로 일본 정부가 미 대학·박물관 등에 엄청난 자금을 쏟고 있다. 미국에서 일본 관련 연구를 확대해 일본에 우호적인 ‘지일파’를 키우고, 일본 문화 홍보를 강화하는 등 미국을 상대로 공공외교를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반해 한국은 적은 예산과 인력 등으로 일본에 밀린다는 지적이 제기된다.2일(현지시간) 워싱턴 소식통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지난달 29일 워싱턴 스미스소니언박물관의 아시아 전문 프리어·새클러 미술관에서 미·일 관계자들을 초청, 만찬을 개최한 뒤 이 미술관에 100만 달러(약 10억 7500만원)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이 자리에서 오는 10월 일본 특별전에 앞서 줄리안 라비 관장에게 민간인 대상 최고 영예인 ‘욱일장’을 수여한 뒤 “일본 예술 홍보를 위한 지원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대학과 싱크탱크, 의회 등을 상대로 한 일본의 자금 지원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워싱턴 최고 명문 조지타운대는 아베 총리가 방미 중이던 지난달 28일 웹사이트를 통해 일본 정부가 외교스쿨(SFS) 내 아시아학 프로그램에 500만 달러를 지원, 일본 근현대 정치·외교정책을 연구하는 ‘재팬 체어’(일본 석좌연구직)를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재팬 체어는 차세대 지일파 지원을 위해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학 프로그램을 이끄는 빅터 차 교수는 “일본 정치, 사회, 언어, 문화에 대한 교수진의 우수성 덕분에 선택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조지타운대와 함께 컬럼비아대·매사추세츠공과대(MIT) 등에도 500만 달러씩을 지원할 계획이다.
일본 정부는 최근 미·일 인적 교류 프로그램인 ‘가케하시 이니셔티브’에도 30억엔(약 2500만 달러)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학생 교류와 연구원 지원, 의원 초청 행사, 일본어 교육 제공, 주일미군 네트워크 구축 등이 포함된다.
소식통은 “일본은 미국의 상위 10개 싱크탱크에 재팬 체어를 두고 있지만 한국은 두 곳에 불과하다”며 “미국 내 우호적 여론 형성을 위해 학계·문화계 등에 꾸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제교류재단 관계자는 “오는 19일 우드로윌슨센터에 한국 프로그램을 개설하는 등 공공외교 활동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2015-05-04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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