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릭스 정상회의서 역사 공조 촉구, 美 견제 메시지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9일 “역사를 망각하는 것은 배반을 의미한다”며 과거사 문제에서의 브릭스(BRICS) 국가 간의 공조를 촉구했다.시 주석은 이날 러시아 서부 우파에서 열린 제7차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연설을 통해 “브릭스 국가들이 전 세계의 평화를 사랑하는 국가 및 인민과 함께 제2차 세계대전 역사를 부인, 왜곡, 날조하려는 시도에 단호히 반대해 나가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10일 전했다.
그는 이어 브릭스 국가들이 제2차 세계대전의 승리 성과와 국제적 공평·정의를 함께 수호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는 과거사를 부정하고 미화하려는 일본 측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면서 일본의 ‘과거사 역주행’ 행보를 공동으로 견제해야 한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시 주석은 또 “역사를 거울로 삼아 냉전적 사유를 버리고 ‘제로섬 게임’을 거부함으로써 지역 및 세계의 평화안정을 공동으로 수호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제관계 민주화 추진에 지속적으로 힘써야 한다”면서 “국제관계에서 걸핏하면 제재를 가하거나 제재로 위협하는 것은 문제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대화와 협상을 통해 평화적이고 정치적인 방식으로 갈등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다분히 미국을 겨냥해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브릭스 국가들이 신흥경제국 또는 개발도상국이란 공통점을 강조하면서 4개 분야에서의 ‘동반자 관계’ 구축을 촉구했다.
그는 우선 ‘세계평화를 수호하는 동반자 관계’를 제시하면서 브릭스가 테러리즘과 마약과의 전쟁에서 협력을 강화할 것을 촉구했다.
시 주석은 또 ‘공동으로 발전하는 동반자 관계’ 구축을 제안하면서 이익공동체로서 경제협력을 강화해 나가자고 역설했다.
이어 ‘다원적 문명의 동반자 관계’ 추진과 관련해서는 “교류를 통해 서로 거울삼아 장점을 취하고 단점을 보충하며 ‘구동존이’(求同存異·차이점을 인정하면서 같은 점을 추구)하는 가운데 공동으로 전진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마지막으로 ‘글로벌 경제거버넌스를 강화하는 동반자 관계’를 제시한 뒤 국제통화기금(IMF) 운영에서 신흥경제국과 개발도상국의 발언권과 대표성을 강화함으로써 IMF의 지배구조를 개혁에 브릭스 국가들이 힘을 모으자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도하 라운드 협상 추진 과정에서 신흥국과 개도국의 정당한 권익을 수호하고 각국이 국제무대에서 기회와 규칙, 권익의 평등을 확보해 나가자고 말했다.
이는 브릭스를 중심으로 신흥국과 개도국이 협력을 통해 미국과 서방 중심의 국제 경제질서의 문제점을 바로잡고 개혁을 주도해 나가자는 메시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이번 브릭스 회의에서 시 주석을 비롯한 회원국 정상들은 서방 주도의 IMF·세계은행 등에 맞서기 위한 신개발은행 및 위기대응기금(외화 비축 풀) 창설 추진 과정을 마무리했다.
시 주석은 이번 회의를 계기로 러시아와 인도에 이어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브라질과도 별도의 정상회담을 열어 신흥국과 개도국의 권익 수호를 역설했다.
시 주석은 제이콥 주마 남아공 대통령과 회담에서 “중국과 아프리카는 운명공동체이자 이익공동체”라고 강조하면서 브릭스 국가들이 신흥국 및 개도국의 공동 권익을 수호해 나가자고 촉구했다.
그는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과 회담에서도 “국제 시스템을 공평·합리적인 방향으로 발전시켜 개도국 전체의 이익을 수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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