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유산등재 후폭풍 속 한일·일한의원연맹 합동총회 도쿄서 열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록된 일본 산업시설의 조선인 ‘강제노동’ 사실을 일본 정부가 부정하는 가운데 한국과 일본 의원들이 일본에서 만나 양국간 이해와 우호 증진방안을 논의했다.누카가 후쿠시로(額賀福志郞) 일한의원연맹 회장은 “일본은 과거 한때 확실히 식민지 지배나 침략 전쟁으로 한국이나 중국 등 아시아 여러 국가의 국민에게 큰 희생과 고통을 줬다”고 10일 말했다.
그는 이날 일본 도쿄도(東京都) 소재 캐피톨 호텔에서 열린 한일·일한의원연맹의 합동총회 개회식에서 “우리는 이런 것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강한 반성과 대국적 관점에 서서 오늘날까지 성의를 지니고 일한 우호 관계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 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식민지 지배와 침략에 관한 누카가 회장의 언급은 무라야마(村山)담화의 핵심 내용 가운데 ‘사죄’에 관한 내용을 빼고 인용한 것이다.
그는 최근 한국의 백제역사유적지구와 일본의 메이지(明治) 산업혁명 시설이 세계유산에 등록된 것을 거론하며 이를 계기로 조선통신사도 세계유산에 등록되도록 함께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누카가 회장은 발언을 시작하며 한국어로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는 누카가 후쿠시로입니다”라고 인사했고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에 희생된 분들에 대해 명복을 빈다는 뜻을 표명하기도 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일본과 한국이 서로에게 “가장 중요한 이웃 나라이며 서로 신뢰하면서 관계를 발전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한 생각이 널리 공유되고 있다”고 밝혔다.
국회 일정을 이유로 행사장에 직접 오지 않은 아베 총리는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관방 부(副)장관이 대독한 메시지에서 양국이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 가도록 “박근혜 대통령과 힘을 합해 함께 노력하고 싶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일의원연맹 회장인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은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과거사에 대한 인식의 차이로 한일 관계는 더 이상 발전적인 관계로 진전하지 못하는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며 “한일간의 협력이야말로 양국은 물론 동북아를 넘어 세계 평화 번영에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정의화 한국 국회의장은 김태환 한일의원연맹 회장대행이 대독한 메시지에서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맞은 현 시점에서 두 나라 국민의 이해와 우정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며 “양국은 물론 동북아 전체의 미래를 위해 두 나라는 서로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참다운 선린 우호 협력의 길을 걸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양국 국민이 다져온 교류와 협력의 성과를 바탕으로 올바른 역사 인식의 기초 위에 양국 관계를 미래 지향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은 오늘날 우리에게 주어진 소명”이라고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의원이 대신 읽은 메시지에서 강조했다.
양국 의원은 6개 상임위원회에서 동북아 외교·안보질서 구축을 위한 협력이나 2018 평창올림픽과 2002년 도쿄 올림픽 성공을 위한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한다.
일본 산업시설의 세계유산 등재 후 일본 정부 핵심 인사의 강제 노동 부정 발언으로 논란이 커지는 것에 관해 양국 의원 간에 의견 교환이 이뤄질지도 주목된다.
총회에는 서 의원을 비롯한 한국 여야 의원 약 40명과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공명당 대표 등 일본 의원이 다수 참가했다.
그러나 아베 총리가 불참하고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상 등 주요 인사가 모습을 보이지 않는 등 일본 측에 빈자리가 많았다.
서 의원 등 이번에 일본을 방문한 한국 국회의원 중 약 10명은 이날 오후 총리관저로 이동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예방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인 서 의원이 박 대통령의 친서 또는 메시지를 전하거나 한일 정상회담 개최에 관한 의사를 전할지 관심이 쏠린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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