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소카와 전총리 “아베, 무라야마담화 정신 조금도 손상말라”

호소카와 전총리 “아베, 무라야마담화 정신 조금도 손상말라”

입력 2015-07-23 14:08
수정 2015-07-23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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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와 같은 ‘전범 용의자의 외손자’…역사인식은 상극

호소카와 모리히로(77·細川護熙) 전 일본 총리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에게 무라야마(村山) 담화의 핵심 표현을 그대로 계승할 것을 촉구했다.

호소카와는 23일 보도된 도쿄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베 총리가 8월 발표할 전후 70년 담화(아베 담화)에 대해 “나의 회견과 무라야마담화를 관통하는 정신을 조금이라도 손상하는 것이라면 해로운 담화가 된다”며 “무라야마 담화를 그대로 계승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무라야마담화는 전후 50주년인 1995년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당시 총리가 식민지 지배와 침략에 대한 사죄와 반성을 담아 발표한 담화다.

호소카와는 그에 앞서 1993년 총리 취임 기자회견때 과거 전쟁은 “침략전쟁이고 잘못된 전쟁이었다”며 현직 총리로서는 처음 침략전쟁을 인정함으로써 무라야마담화로 가는 다리를 놓았다.

호소카와는 “아베를 보면 전쟁에 대한 반성이 별로 없는 듯 느껴진다”고 지적한 뒤 “지금까지의 언동 전체가 국가주의적이라고 받아들이는 사람이 많지 않은가”라며 “중국과 한국도 불신감을 불식하지 않고 있는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일본이 “자국 이익을 추구하며 중국과 한반도, 동남아시아의 나라들에 침공했다”며 “피해 국가들이 ‘침략’이라고 보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강조한 뒤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하면 마음에 짚이는 것이 여럿 있다”고 말했다.

호소카와는 이 같은 인식의 배경에 언급, 패전 직후 자살한 자신의 외조부 고노에 후미마로(近衛文 끝자는 麻밑에呂) 전 총리(1891∼1945) 이야기를 꺼냈다.

호소카와는 “(외조부가) 자살 직전 유서같은 것을 남겼는데 일중전쟁 이후의 전쟁 확대는 스스로의 정치적인 착오였다고 명확히 서술했다”고 소개한 뒤 “정치 책임자가 침략전쟁임을 인정한 것과 같은 말을 하고, 결과에 책임을 지고 자살했다”며 “그런 것도 내 생각 속에 있다”고 말했다.

1937년 6월∼1939년 1월, 1940년 7월∼1941년 10월에 걸쳐 2차례 총리를 지낸 고노에는 패전 후인 1945년 12월 전범 용의자로 미국 군정 당국의 조사를 받게 되자 자살했다.

외조부가 전범 용의자(아베 총리의 외조부는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였다는 점에서 아베와 호소카와는 공통점이 있지만 역사인식에서는 정반대의 길을 걸어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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