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위안부 양보없이 정상회담 개최 기대…한일 조율 진통 가능성
일본 정부가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사이의 첫 양자 정상회담 개최 분위기를 만드는데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일본 정부는 유엔 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 중인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27일(현지시간) 기후 변화 문제 관련 정상 오찬에 앞서 짧게 대화한 내용을 적극 홍보했다.
아베 총리가 “(서울에서 열릴 한중일) 정상회의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하자 박 대통령은 “서울에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화답했다는 등의 내용을 아베 총리의 외교 참모 중 한 명인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관방 부장관이 현지의 일본 기자들에게 브리핑했다. 그에 따라 두 정상의 대화 내용은 한국시간 28일 새벽부터 일본 방송과 신문(석간)에 주요 뉴스로 보도됐다.
한국 정부가 일본 언론의 보도를 확인하는 선에서 언론 대응을 한 것과 비교하면 한일 정상간 대화에 대한 일본 정부의 홍보는 적극적이었던 셈이다.
여기에 더해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 장관은 28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한일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를 구체적으로 밝혔다. 스가 장관은 ‘한일관계가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인식하느냐’는 질문에 “우리나라는 대화의 문은 항상 열어 놓고 있다”며 “일한 양국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함께 책임을 갖고 있는 입장이기 때문에, 전제조건 없이 정상이 흉금을 터 놓고 회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10월말 또는 11월초 한국에서 열릴 것이 유력한 한중일 3국 정상회담을 기회로 삼아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 사이의 첫 정상회담을 개최하는데 대한 일본의 기대를 피력한 것으로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스가 장관이 언급한 “전제조건 없이”라는 대목에는 ‘복선’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강조해온 군위안부 문제에 대한 자국 입장에서의 ‘양보’ 없이 정상회담을 개최하려는 아베 총리의 의중이 담겨 있다는 지적이 많은 것이다.
한국 정부도 군위안부 문제가 한일 정상회담의 전제가 아니라는 유흥수 주일대사의 지난 6월 마이니치 신문 인터뷰에서 보듯 이전에 비해선 최근 유연해졌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한일 현안 중 가장 큰 비중을 둬 온 군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진전이 없는 상태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것은 박 대통령에게 부담이 될 수 있고, 다른 현안 논의도 탄력을 받지 못하는 결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이런 상황에서 군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아베 정권의 태도에는 좀처럼 변화의 징후가 드러나지 않고 있어 한일 외교당국간 조율에 진통이 예상된다.
일본 정부의 한 당국자는 지난 17일 한국 언론사 주일 특파원단과의 간담회 때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해 “우리가 직면한 문제는 지금 일본에서 ‘한국을 위해 해주면 좋지 않은가’, 즉 ‘이 정도 일본이 양보하면 되지 않느냐’는 목소리나 여론이 없다. (있어도) 매우 작다”고 말한 바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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