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 약탈 미술품 물려받은 獨 후손들, 자발적 반환 움직임 확산

나치 약탈 미술품 물려받은 獨 후손들, 자발적 반환 움직임 확산

입력 2017-03-15 16:27
업데이트 2017-03-15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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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세대 땐 ‘반환’ 금기어…현세대는 ‘약탈의 공범’ 되기 싫다” 돈 들여 원주인 찾기 나서…가문의 어두운 역사 드러내는 어려운 과정

80년 전 독일 나치에 강탈당했던 유대인 미술상 소유의 17세기 유화가 뉴욕 경매 시장에 나왔다가 유대인 미술상이 세운 재단의 환수 담당자의 신고로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장물로 압수됐다가 재단 품으로 돌아갔다고 미국 언론들이 지난달 초순 보도했다.

같은 달 하순엔 나치의 폴란드 점령군 총독 부인이 폴란드에서 대거 빼돌렸던 예술품 중 3점이 폴란드에 반환됐다. 전자와 다른 점은 올해 78세인 총독의 아들이 스스로 돌려준 것이다. “나치 점령군 후손이 자발적으로 약탈 예술품을 폴란드에 반환한 것은 처음일 것”이라고 영국의 가디언은 전하면서 다른 후손들도 보관 중인 약탈 예술품들을 원소유주 측에 돌려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15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실제로 독일에서 나치 약탈품을 조부모나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후손들 일부가 “훔친 예술품을 걸어둘 수 없다”는 양심의 가책 때문에 스스로 소장 예술품을 돌려줄 원주인 찾기에 나서고 있다. 독일 정부도 분실예술품재단을 통해 원주인 찾기 조사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는 등 자발적 환원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독일 식품회사 닥터 외트커는 수년간에 걸친 조사 끝에 지금까지 조사를 마친 회사 소유 미술품 200점 가운데 그림 4점을 약탈품으로 확정했다. 이 중 17세기 네덜란드 화가 반 다이크가 그린 초상화 1점은 원주인으로 확인된 네덜란드 미술품 거래상의 유일한 상속자에게 반환하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독일 화가 한스 토마의 봄 풍경화 1점도 원주인인 유대인 예술품 수집가의 자손들에게 돌려주기로 했다.

반 다이크의 초상화는 외트커 창립자 루돌프 아우구스트 외트커가 1956년 사들였던 것인데, 제2차 세계대전 때 독일 공군 사령관을 지낸 헤르만 괴링을 비롯해 이미 여러 차례 손이 바뀐 그림이다.

닥터 외트커의 수집품 유래 조사는 나치 친위대 장교였던 루돌프 아우구스트 외트커가 골수 나치주의자였던 계부로부터 회사를 넘겨받아 친위대 인맥을 활용해 성장하고 유대인 자산을 빼앗았던 외트커가의 어두운 역사를 스스로 파헤치는 일이기도 했다고 뉴욕타임스는 말했다.

할머니로부터 19세기 중반 프랑스 화가 귀스타브 도레의 그림 ‘스페인 무용수’를 상속받은 세바스티안 노이바우어(31)는 할머니의 유품에서 나온 증조할아버지의 편지를 통해 할머니 생전에 들었던 얘기와 달리 이 그림이 파리에서 강탈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노이바우어는 자신의 어머니를 포함해 공동상속자들과 “범죄의 공범이 되고 싶진 않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원주인에게 돌려주기로 했다.

독일 담배회사 렘츠마 창업자이자 예술 애호가인 필립 F. 렘츠마로부터 유명 수집품을 물려받은 아들 얀 필립 렘츠마는 이미 15년 전 미술품 유래 조사 전문가를 고용, 자신 소장품의 원주인 찾기를 하고 있다. 그보다 조금 뒤인 2006년엔 남편이 남긴 예술 수집품을 관리하는 재단 운영자 베티나 호른도 같은 조사 전문가에게 같은 일을 맡겼다.

질케 로이더라는 이 전문가는 두 수집품에서 아직 약탈품을 찾지 못했으나, 조사는 계속 진행 중이다. 미술품의 원주인을 찾아 돌려주는 일은 “우리 세대가 다 하지 못하면 다음 세대에 넘겨지는 영원한 의무”라고 호른은 말했다.

독일 정부는 분실예술품재단에 340만 유로(41억3천만 원)의 기금을 따로 마련, 약탈 예술품의 원주인 찾아주기 노력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최대 30만 유로까지 보조된다.

미술관들의 경우 나치 약탈 미술품 반환에 관한 국제 규약인 ‘워싱턴 원칙’에 따라야 하지만, 독일 현행법상 법인이나 개인 소장자는 점유권을 보호받고 있다. 원래의 유대인 소유주 상속인들이 되찾으려면 현 소장자들의 선의에 기댈 수밖에 없다고 뉴욕타임스는 지적했다.

재단의 조사 책임자 우베 하르트만은 강탈 예술품의 반환은 “현세대의 부모들이 살아있을 때는 금기어였지만, 그 자녀들은 이 문제를 다루는 것을 꺼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하르트만에 따르면, 최근 수년간 소장품의 기원을 알려는 개인 소장자들이 증가 추세여서 12개 정도의 콜렉션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거나 완료됐다.

재단은 노이바우어가 신고한 스페인 무용수 그림을 2009년부터 웹사이트에 올려놓았지만, 아직 소유권을 주장하는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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