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웨이하이 참사 분향소 “다음에도 엄마 아들로 태어나줘”

中 웨이하이 참사 분향소 “다음에도 엄마 아들로 태어나줘”

입력 2017-05-11 20:45
업데이트 2017-05-11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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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향소 유족 방문해 오열…교민 조문 발길 이어져

“다음 세상에서도 엄마 아들로 다시 태어나줘. 엄마가 목걸이 잘 챙기고 있을께. 사랑해 아들”

중국 산둥(山東)성 웨이하이(威海)의 유치원 통학차량 화재 참사로 숨진 왕이보(王藝博·6)군의 엄마 박려염씨는 11일 아들의 영정 앞에서 살아있는 아들을 타이르듯 조용히 마지막 작별 인사를 했다.

다른 유족들의 통곡 속에서 박씨는 한참 동안을 나지막이 “맛있는 거 많이 먹고 착하게 지내라”며 아들에게 당부를 남겼다.

이번 사고로 숨진 어린이 11명 가운데 유일하게 중국 국적으로 분류돼 있는 왕군도 따지고 보면 엄마 박씨가 한국 국적으로 한국계라고 할 수 있다.

중국에서 거주하는 많은 한중 커플들이 그러하듯 박씨도 왕군에게 한국어를 익히도록 하기 위해 비싼 학비에도 한국국제학교를 보냈다가 생각지도 못한 변을 당했다.

박씨를 비롯한 유족들은 이날 한국에서 온 가족들과 함께 아이들의 시신이 안치된 웨이하이 빈의관에 다녀온 길에 웨이하이 한인회 사무실에 차려진 합동 분향소를 찾았다.

환하게 미소 짓는 아이들의 영정 사진 앞에서 유족들은 숨죽여 울었다. 아이의 이름을 부르며 절규하는 한 아이 할머니의 오열은 보는 이들을 절로 눈물짓게 했다.

분향소엔 왕군 뿐 아니라 이번 사고로 숨진 중국인 운전기사 총웨이쯔(叢威滋)씨의 영정 사진도 세워졌다.

운전석 쪽 창문이 열려진 가운데 버스 중간 부분에서 숨진 채 발견된 총씨는 뒤에 앉은 아이들을 구하려다 연기에 질식해 쓰러진 것으로 추정된다. 평소 아이들이 상하차시 직접 돌봐주기도 하는 심성이 좋았던 사람으로 교민들은 기억했다.

이날 한인회에 차려진 분향소엔 교민들의 발길이 끝없이 이어졌다. 생전 한 번도 못 본 아이들지만 너무 가슴 아픈 소식에 분향소를 찾아왔다는 교민들이 줄을 이었다.

중세(中世) 한국국제학교의 외국인 교사들도 찾아와 이들을 추도했다.

방명록에는 “아기 천사들 그곳에서 편안하게 쉬렴”, “어른들이 지켜주지 못해 너무 미안해”, “좋은 곳에 가서 아픔 없이 행복하길”, “천국에는 아픔이 없단다” 등의 글이 이어졌다.

김장수 주중 한국대사도 분향소를 찾아 조문한 뒤 “여기서 이루지 못한 꿈을 하늘나라에서 이루라”는 글을 남겼다.

황망했던 사고 소식에 현지 한인회는 유족들에게 분향소 얘기조차 꺼내지 못하다가 유족들의 허락을 얻어 이날에야 교민들이 조문할 장소를 마련하게 됐다.

유족들은 대체로 자녀를 잃은 애통함 속에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중국 당국의 사고조사 결과가 늦어지면서 큰 심적 고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 대표 김미석씨는 “충격을 받은 아내가 딸을 따라 죽겠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사고 원인에 대한 신속한 조사결과와 공정한 사고 수습 절차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은 이날 심리상담 전문가들을 유족들이 머무르고 있는 창웨이(長威) 호텔 숙소에 보내 유족들을 상대로 상담을 실시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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