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갈 때 66시간 걸린 길 귀국 땐 가속·무정차로 시간 줄여
베트남 하노이에서 개최된 2차 북미정상회담과 베트남 공식친선방문 일정을 모두 마치고 2일(현지시간) 동당역에 도착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열차에 오르기 전 밝은 표정으로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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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철도 소식통들에 따르면 지난 2일 베트남에서 출발한 김정은 전용 열차는 이날 오전 7시께(현지시간) 톈진(天津)을 통과한 뒤 북한으로 직행하는 길을 택했다.
이 열차는 톈진에서 탕산(唐山)을 지난 뒤 오전 11시께 산해관을 통과해 오후 4시께 선양(瀋陽)에 인접한 번시(本溪)를 지나며 북·중 국경이 있는 동북쪽으로 주행 중이다.
한 소식통은 “김정은 위원장의 열차가 톈진에 이어 산해관과 번시를 통과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베트남에 갈 때보다 귀국 길에 훨씬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김 위원장의 열차는 핑샹(憑祥), 난닝(南寧), 창사(長沙), 우한(武漢), 정저우(鄭州)를 통과해 북상하며 베트남을 방문할 때와 똑같은 노선을 택한 바 있다.
베트남 방문 당시 김 위원장의 전용 열차 이동 거리는 중국 내에서만 3천500여㎞에 달한다.
김 위원장은 귀국 길에도 3시간 반이면 평양까지 갈 수 있는 전용기 ‘참매 1호’를 놔두고 전용 열차로 중국을 관통하는 방식을 고수한 셈이다.
이처럼 김 위원장이 베이징을 들르지 않게 됨에 따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과 만남은 불발됐다.
이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성과 없이 끝난 데 대한 북한 지도부 내부의 평가와 대응 방향 논의가 우선 있어야 한다는 점과 함께, 중국 지도부가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로 분주하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1차 북미 정상회담이 끝난 뒤 1주일 만에 전용기로 베이징에 와서 시진핑 주석을 만났다는 점에서 양회가 끝나자마자 전격적으로 방중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다른 소식통은 “베트남 방문을 위해 중국 철길을 내준 시 주석에게 김 위원장이 어떤 식으로든 감사를 표하며 북미 담판의 무산 배경을 설명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양회가 끝나는 대로 김 위원장이 오거나 핵심 측근이 방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북·중 정상이 만난다면 양회가 끝나는 오는 15일부터 시 주석이 유럽 순방에 나서는 22일 사이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오는 27일 미·중 정상회담이 열린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어 미·중 무역 전쟁 타결이 시급한 시 주석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기에 앞서 김 위원장과 회동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한편, 김 위원장의 열차는 산해관을 이날 오전에 지남에 따라 선양(瀋陽), 단둥(丹東)을 통해 4일 저녁 늦게 압록강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중 접경인 단둥은 북한 신의주와 잇는 중조우의교가 보이는 중롄 호텔 예약이 중지되는 등 삼엄한 통제가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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