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해산한 대통령에 직무정지로 맞선 페루 의회

의회 해산한 대통령에 직무정지로 맞선 페루 의회

이기철 기자
이기철 기자
입력 2019-10-02 16:33
수정 2019-10-02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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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현지시간) 마르틴 비스카라 페루 대통령이 의회 해산을 발표한 후 리마의 의회 밖에 모여 있던 시위대가 환호하고 있다. 반(反)부패 개혁 추진 과정에서 야당이 장악한 의회와 충돌해 온 비스카라 대통령은 이날 의회가 부패 스캔들 연루 의혹을 받는 인사들의 헌법재판관 임명을 강행하자 해산을 선언했다. 리마 AP 연합뉴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마르틴 비스카라 페루 대통령이 의회 해산을 발표한 후 리마의 의회 밖에 모여 있던 시위대가 환호하고 있다. 반(反)부패 개혁 추진 과정에서 야당이 장악한 의회와 충돌해 온 비스카라 대통령은 이날 의회가 부패 스캔들 연루 의혹을 받는 인사들의 헌법재판관 임명을 강행하자 해산을 선언했다. 리마 AP 연합뉴스
남미 페루가 정치적 대혼란에 빠졌다.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의회를 해산시키자 일본계인 게이코 후지모리(44)가 장악한 야당은 ‘쿠데타’라며 대통령 직무 정지를 가결시켰다. 이날 수도 리마에 있는 의회 밖에서는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민 수천명이, 의회 안에서는 국가를 부르는 의원들이 퇴거를 거부하며 농성을 벌였다고 BBC가 전했다.

마르틴 비스카라 대통령은 이날 국가에 만연된 부패를 일소하기 위해 새로운 선거가 필요하며 야당이 장악한 의회를 해산시켰다. 그는 불법자금 수수 혐의로 구속된 후지모리가 주도하는 우파인 ‘대중의 힘’당이 일련의 반부패 법안들의 의회 통과와 부패 수사를 방해한다며 국회 해산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이에 반발한 야당은 민주적으로 선출된 의회를 해산하는 것은 대통령이 권한을 과도하게 행사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전체 의원 130명 가운데 86명의 찬성으로 대통령 직무를 1년간 정지시켰고, 메르세데스 아라오스 부통령을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결정했다. 그러나 아라오스 부통령은 임시 대통령직을 사임하면서 비스카라 대통령에게 최대한 이른 시일에 총선을 실시할 것으로 촉구했다. 앞서 아라오스 부통령은 “임시로 공화국 대통령을 맡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BBC가 전했다. 한 정부 소식통은 의회가 해산한 뒤에 그를 권한대행으로 추대한 것은 무효라고 말했다.

대통령궁은 이날 군부와 경찰 수뇌부가 비스카라 대통령을 헌법상 대통령이자 최고 지휘관으로 인식한다며 대통령이 주재한 회의 모습 사진을 공개했다. 주지사들도 대통령을 지지하지만 일부 기업 단체는 아라오스 부통령을 지지한다고 AP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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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反)부패 개혁 추진 과정에서 야당이 장악한 의회와 충돌해 온 마르틴 비스카라 페루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리마에서 대국민 연설을 통해 의회 해산 결정을 발표하고 있다. 로미 로이터 연합뉴스
반(反)부패 개혁 추진 과정에서 야당이 장악한 의회와 충돌해 온 마르틴 비스카라 페루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리마에서 대국민 연설을 통해 의회 해산 결정을 발표하고 있다. 로미 로이터 연합뉴스
그러나 대통령과 의회의 대치는 계속될 전망이다. 의회는 오는 4일 대통령 해임 투표를 하기 위해 다시 모일 계획이다. 반면 비스카라 대통령은 내년 1월 26일 총선거 실시 결정을 발표했다. 5년 임기의 의원을 뽑는 다음 총선은 2021년에 예정돼 있다. 남미국가기구(OAS)는 “정치가 극단화된 국가에서 투표로 국민의 뜻을 묻는 것을 정당하다”며 조기 총선에 힘을 실어줬다. 이런 가운데 의회 해산이 헌법 위반인지에 대한 법정 공방도 예상된다.

비스카르 대통령은 전임 페드로 바블로 쿠친스키 대통령이 매표 스캔들로 사임하자 지난해 3월 제1부통령에서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대통령에 취임한 그는 페루에 만연된 부패에 맞서 정면으로 싸우겠다고 말했다. 앞서 2016년 대선에서 은행가 쿠친스키가 후지모리에 이겼지만 쿠친스키의 정당은 크게 패하면서 지난해 결국 물러나게 됐다.

한편 법원은 2011년 대선을 앞두고 브라질 건설기업에서 120만 달러를 불법으로 받은 혐의로 구속된 후지모리 석방 여부를 조만간 결정할 것이라고 BBC가 전했다. 페루에서 가장 대중적인 정치인인 그가 석방되면 야당은 더욱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부패 혐의로 구속된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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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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