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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값보다 비싼 자존심? 바흐무트는 왜 러軍 무덤이 됐나 [이슈픽]

목숨값보다 비싼 자존심? 바흐무트는 왜 러軍 무덤이 됐나 [이슈픽]

권윤희 기자
권윤희 기자
입력 2023-01-03 16:07
업데이트 2023-01-03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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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이 도네츠크주 바흐무트에서 TOS-1A(토스원알파)를 사용해 열압력탄, 일명 진공폭탄을 퍼부은 정황이 포착됐다. 2023.1.1  텔레그램 슈퍼노바
1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이 도네츠크주 바흐무트에서 TOS-1A(토스원알파)를 사용해 열압력탄, 일명 진공폭탄을 퍼부은 정황이 포착됐다. 20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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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이 도네츠크주 바흐무트에서 TOS-1A(토스원알파)를 사용해 열압력탄, 일명 진공폭탄을 퍼부은 정황이 포착됐다. 2023.1.1  텔레그램 슈퍼노바
1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이 도네츠크주 바흐무트에서 TOS-1A(토스원알파)를 사용해 열압력탄, 일명 진공폭탄을 퍼부은 정황이 포착됐다. 2023.1.1
텔레그램 슈퍼노바
새해 첫날인 1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이 도네츠크주 바흐무트에서 TOS-1A(토스원알파)를 사용해 열압력탄, 일명 진공폭탄을 퍼부은 정황이 포착됐다. 바흐무트 전선에서 진공폭탄이 터지는 장면은 각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확산했다.

‘악마의 무기’라 불리는 열압력탄은 주변 산소를 빨아들이면서 열과 충격파를 만들어낸다. 강력한 초고온 폭발이 사람의 내부 장기까지 손상시키기는 탓에 비윤리적 대량살상무기로 간주된다.

TOS-1A는 이런 열압력탄을 발사할 수 있는 다연장로켓포(MLRS)다. T-72 전차에 열압력탄 발사기를 얹은 형태로, 러시아는 중화염방사시스템이라고도 부른다. 러시아군이 사용한 것은 TOS-1M 개량형인 TOS-1A 솔른체표크(Солнцепёк, 러시아어로 태양열이라는 뜻)로 추정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TOS-1A를 통한 열압력탄 공격을 가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러나 크리스마스에 이어 새해 첫날까지 열압력탄을 동원한 총공세를 펼치는 것에서 바흐무트에 대한 러시아의 집착을 엿볼 수 있다.

왜 하필 바흐무트인가, 전략적 가치는?
그래픽 이해영 기자
그래픽 이해영 기자
러시아는 벌써 수개월째 바흐무트 공략에 모든 전력을 쏟아붓고 있다. 러시아 민간군사기업(PMC) 바그너그룹 용병은 물론, 10월 이후 강제 동원된 징집병까지 대거 바흐무트에 투입했다.

그 과정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 모두 상당한 병력 손실을 보았다. 특히 겨울부터 전투 양상이 참호전으로 전환되면서 매일 200~300명의 사상자가 속출하는 모양새다.

막대한 병력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러시아가 바흐무트에 집착하는 이유에 대해선 양론이 존재한다.

한쪽에선 바흐무트가 갖는 전략적 가치에 주목한다. 바흐무트가 도네츠크 주요 도시로 향하는 길목에 있는 만큼, 이 도시가 함락되면 러시아 입장에선 9월 주민투표를 거쳐 자국 영토로 편입한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사수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밖에 바흐무트에 우크라이나 제2도시 하르키우와 러시아 본토 로스토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와 도네츠크를 잇는 고속도로가 있다는 지리적 이점도 거론된다.

잇단 패퇴 러軍의 자존심 싸움
지난해 12월 러시아군이 도네츠크주 바흐무트에서 TOS-1A(토스원알파)를 동원한 모습. 2023.1.1  텔레그램
지난해 12월 러시아군이 도네츠크주 바흐무트에서 TOS-1A(토스원알파)를 동원한 모습. 2023.1.1
텔레그램
지난해 12월 러시아군이 도네츠크주 바흐무트에서 TOS-1A(토스원알파)를 동원한 모습. 2023.1.1  텔레그램
지난해 12월 러시아군이 도네츠크주 바흐무트에서 TOS-1A(토스원알파)를 동원한 모습. 20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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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에선 바흐무트 전투를 전략적 가치와 무관한 자존심 싸움으로 본다. 9월 하르키우, 11월 헤르손을 우크라이나에 내준 러시아군이 바흐무트에 자존심과 명운을 걸었다는 해석이다.

바흐무트의 전략적 가치에 대해선 우크라이나군 사령관들조차 고개를 갸우뚱할 정도다.

지난해 12월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우크라이나 지상군 사령관은 현지방송에 출연해 “바흐무트는 전략적 중요성이 없다. 심리적인 의미가 있을 뿐”이라며, 러시아군에게 바흐무트 점령은 최근 전장에서의 잇단 패배를 만회할 “상징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슷한 시기 한국을 방문한 볼로디미르 가브릴로프 우크라이나 국방차관도 서울신문에 “러시아군이 바흐무트에서 (의미 없는) 소모전을 벌이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실제로 10월 임명된 우크라이나 지역 러시아 합동군 총사령관 세르게이 수로비킨 장군은 헤르손 철수를 결정하면서 바흐무트를 비롯한 동부 전선에서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 장담한 바 있다. 헤르손을 내준 수로비킨 장군이 바흐무트 전투에 생존적 차원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난달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관문인 바흐무트에서 참호 속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 무인기를 발견하곤 제 심장에 총구를 겨누는 비참한 모습. 곧 마음을 고쳐먹은 군인이 무인기를 향해 사격하긴 했으나 현재 바흐무트에서의 참호전에 투입된 군인들 상황이 얼마나 참혹한지 보여준 사례였다. 2022.11.27  우크라이나 나우
지난달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관문인 바흐무트에서 참호 속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 무인기를 발견하곤 제 심장에 총구를 겨누는 비참한 모습. 곧 마음을 고쳐먹은 군인이 무인기를 향해 사격하긴 했으나 현재 바흐무트에서의 참호전에 투입된 군인들 상황이 얼마나 참혹한지 보여준 사례였다. 2022.11.27
우크라이나 나우
12일(현지시간) 안톤 게라셴코 우크라이나 내무부 장관 보좌관은 야간에도 격전이 벌어지고 있는 바흐무트 상황을 공유했다. 2022.12.12  게라셴코 트위터
12일(현지시간) 안톤 게라셴코 우크라이나 내무부 장관 보좌관은 야간에도 격전이 벌어지고 있는 바흐무트 상황을 공유했다. 2022.12.12
게라셴코 트위터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바흐무트에 매달리고 있는 것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풀이할 수 있다.

프리고진은 러시아 정규군의 패퇴를 두고 무능하다는 비판을 가한 후 바흐무트에 용병들을 대거 투입했다. 직접 러시아 교도소를 돌며 용병을 모아 바흐무트로 보내기도 했다. 그가 정부 계약 수주나 고위직 임명을 노리고 있다는 추측까지 거론하지 않더라도, 정규군을 정면으로 비판한 프리고진이 바흐무트 전투에서 성과를 내야만 함을 충분히 알 수 있다.

이밖에 바흐무트가 최대 격전지가 된 이유로 신도시라는 점도 거론된다.

익명을 요구한 우크라이나 외교 소식통은 서울신문에 “바흐무트는 신도시라 다른 지역보다 콘크리트 구조물이 대량 형성돼 있다. 이는 공간적 이점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바흐무트의 콘크리트 구조물이 전략적 방어 수단으로서 가치가 있다는 평가다.

그는 이어 “(참호전과 별개로) 바흐무트의 콘크리트 구조물은 동계 혹한을 피하기에도 적합하다”고 덧붙였다. 절반 이상의 에너지 기반 시설이 파괴된 우크라이나에서 바흐무트의 신식 구조물은 추위로부터의 생존성 보장 등 방어력을 제공한다는 분석이다.
권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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