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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 불빛 아래 숙제’…공습·정전이 일상 된 우크라이나 학교들

‘휴대전화 불빛 아래 숙제’…공습·정전이 일상 된 우크라이나 학교들

김현이 기자
김현이 기자
입력 2023-01-22 06:00
업데이트 2023-01-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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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서부 도시인 리비우 시민들이 지난 14일(현지시간) 러시아의 공격으로 정전이 되자 길거리에서 발전기를 돌리려 하고 있다. 리비우 AF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서부 도시인 리비우 시민들이 지난 14일(현지시간) 러시아의 공격으로 정전이 되자 길거리에서 발전기를 돌리려 하고 있다. 리비우 AF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사는 17살 소녀 마리아 라브리넨코는 매일 아침 9시부터 오후 3시30분까지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듣는다.

마리아는 졸업 후 대학에 진학해 체육교육을 전공하고 싶어 공부에 열심이지만 정전이 도시의 일상이 되면서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듣기도, 숙제를 하기도 쉽지 않다.

마리아는 “정전 때문에 공부하기가 너무 어렵다”면서 “정전이 길어지면 발전기랑 와이파이가 있는 집 근처 상점에 가거나, 휴대전화로 숙제 사진을 찍어서 담임 선생님께 전송한다”고 말했다.

그래도 마리아의 가족들은 등교보다는 원격 수업이 더 낫다고 판단하고 있다. 집이 안전해서가 아니다. 마리아의 집 근처 지역은 지난달 초에도 드론 공격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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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크라마토르스크 지역 주민들이 20일(현지시간) 러시아의 로켓 폭격을 당한 유치원 내부를 청소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크라마토르스크 지역 주민들이 20일(현지시간) 러시아의 로켓 폭격을 당한 유치원 내부를 청소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마리아의 어머니는 “학교에 가면 공습경보가 울릴 때마다 꼼짝없이 몇 시간 동안 대피해야 하는데, 그래도 집에 있으면 그 시간에 공부를 할 수 있으니까 더 낫다”고 털어놨다.

마리아뿐 아니라 우크라이나 아이들에게 공습과 대피, 정전은 일상이 됐다. 러시아 군은 학교, 유치원 등도 표적으로 삼고 있다.

우크라이나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까지 폭격·포격 피해를 본 교육 기관은 2600곳이 넘고, 완전히 파괴된 교육 기관도 406개에 달한다.

2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전쟁이 1년 가까이 지속되는 가운데 지난해 12월 키이우 중심부의 한 공립학교를 찾아가 어둠 속에서도 학습을 지속해 나가는 키이우 학생들의 모습을 전했다. 학교 측은 보안 문제로 학교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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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현지시간) 러시아의 로켓 폭격을 당한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크라마토르스크 지역의 유치원 외부 모습. EPA 연합뉴스
지난 20일(현지시간) 러시아의 로켓 폭격을 당한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크라마토르스크 지역의 유치원 외부 모습. EPA 연합뉴스
키이우의 한 학교에서 확성기 너머로 사이렌이 울리자, 학생들이 재빨리 책상에서 일어나 짐을 싸고 침착하게 선생님 뒤의 계단으로 줄지어 내려가는 모습이 포착됐다. 실제 상황이었다.

어둠 속에서 지하실 대피소의 좁은 복도에 모여든 학생들은 태연하게 서로 수다를 떨거나, 스마트폰 조명을 켜고 숙제를 했다. 아이들은 공습 경보가 울리면 위험 상황이 진정될 때까지 두 시간 가까이 대피소에 머물러야 한다.

등교를 선택한 아이들은 여럿이서 학교에 있는 편이 마음이 더 편하다고 했다. 이 학교 학생 타이샤(17)는 “집에 혼자 있을 수 없다”면서 “공습경보가 울릴 때 학교에 있으면 마음이 차분하고, 뉴스에서 무슨 일이 있을 것이라고 하면 함께 대피소로 간다”고 NYT에 전했다.

6살부터 18살까지 초등~고등 교육을 겸하는 학교의 정원은 원래 850명인데, 타이샤처럼 매일 등교를 하는 학생은 절반 정도인 400여 명뿐이다. 가족과 함께 해외로 떠났거나, 집에 머물면서 온라인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점차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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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손을 잡은 우크라이나 키이우 외곽 브로바리 지역 시민들이 20일(현지시간) 추모의 꽃이 놓인 헬리콥터 추락 사고 지점을 지나고 있다.  브로바리 AP 연합뉴스
아이의 손을 잡은 우크라이나 키이우 외곽 브로바리 지역 시민들이 20일(현지시간) 추모의 꽃이 놓인 헬리콥터 추락 사고 지점을 지나고 있다. 브로바리 AP 연합뉴스
지난 10년 동안 이 학교의 교장을 역임한 올레나 로마노바(50)는 정전이 전시에 학교를 운영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지목했다.

그는 “학교에 발전기가 있지만 온라인 수업을 하고 불을 켜둘 정도지, 학교 식당을 운영할 수는 없다”면서 “이런 상황이 오래 지속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등학생들은 수업 시간에 응급처치 교육을 받는 등 교육 과정도 전쟁의 영향을 받고 있다. 교사들은 대신 학생들이 학습 진도를 따라잡을 수 있도록 온라인으로 보충 수업을 제공한다.

어두운 교실에서도 교사들은 아이들이 웃음을 잃지 않도록 최선을 다한다. 로마노바 교장은 “파자마 파티나 연휴 파티를 열면서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면을 유지하려고 하고 있다”면서 “매 순간 교육적인 성취를 통해서 아이들에게 닥친 문제를 극복하려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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