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이우 마더랜드 기념상 낫과 망치 대신 삼지창…러시아 지우기 완성

키이우 마더랜드 기념상 낫과 망치 대신 삼지창…러시아 지우기 완성

임병선 기자
입력 2023-08-07 11:31
업데이트 2023-08-07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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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뾰족탑일꾼들(steeplejacks)이 6일(현지시간) 수도 키이우의 마더랜드 기념상 방패에 옛소련을 상징하던 낫과 망치 대신 마침내 국가 상징인 삼지창 문양을 앉힌 뒤 국기를 휘저으며 기뻐하고 있다. 키이우 AF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뾰족탑일꾼들(steeplejacks)이 6일(현지시간) 수도 키이우의 마더랜드 기념상 방패에 옛소련을 상징하던 낫과 망치 대신 마침내 국가 상징인 삼지창 문양을 앉힌 뒤 국기를 휘저으며 기뻐하고 있다.
키이우 AF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에게 옛소련이나 러시아나 마더랜드(어머니의 나라)였다. 지금까지는…,

수도 키이우의 드니프로강 오른쪽 제방에 62m 높이로 들어선 거대한 강철 조각상은 마더랜드 기념상으로 불렸다. 칼과 방패를 든 여성 전사를 형상화한 이 상은 1981년 옛소련의 2차 세계대전 승전을 기념해 세워졌다. 여전사가 든 방패에는 낫과 망치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말할 것도 없이 소비에트의 상징이었다.

이 낫과 망치를 제거하고 대신 우크라이나 국장인 삼지창이 방패 안에 들어섰다. ‘러시아 흔적 지우기’의 일환으로 상당한 상징성을 지닌다.

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과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당국은 지난달 말 작업에 착수해 이날 드디어 삼지창 문양을 들어앉혔다. 전날 작업할 예정이었으나 악천후와 2차대전 박물관에 대한 러시아의 공습 경보 때문에 하루 미뤄졌다.

삼지창 문양은 우크라이나의 뿌리라 할 수 있는 중세 동유럽 국가 ‘키이우 루스’에서 비롯된 것으로, 전성기를 이끈 볼로디미르 1세(978∼1015년 재위)의 상징으로 전해진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1992년 이 삼지창 문양을 국장으로 채택하고 국기, 국가와 함께 세 가지 국가 상징으로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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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꾼들이 마더랜드 기념상 방패에 들어앉히기 위해 삼지창을 들어올리고 있다. 뒤에 드니프로강이 보인다. 키이우 로이터 연합뉴스
일꾼들이 마더랜드 기념상 방패에 들어앉히기 위해 삼지창을 들어올리고 있다. 뒤에 드니프로강이 보인다.
키이우 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에서는 친러시아 정부를 쫓아낸 2013∼2014년 마이단 혁명을 계기로 ‘탈 식민’, ‘탈 공산화’, ‘탈 러시아화’ 등으로 옛소련 잔재 청산에 열중했다.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강제 합병한 이듬해인 2015년에는 옛소련 상징물 사용이 아예 불법이 됐다.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블라디미르 레닌을 비롯한 옛소련 지도자와 장군, 러시아 문호들의 동상 수백개가 끌어내려지거나 부서졌고 소련·러시아 위인의 이름을 딴 거리 수천곳과 마을 수백곳이 우크라이나 위인 등으로 명칭을 바꿨다.

지난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뒤로는 더욱 속도가 붙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식 지명 사용을 금지하고 시민권을 취득하려면 우크라이나어 시험을 치르도록 하는 법에 서명했다. 우크라이나어보다 러시아어가 더 많이 쓰이던 지역에서도 러시아어 사용을 거부하고 나섰다. 최근에는 러시아 정교회와의 단절을 위해 매년 1월 7일에 기념해 오던 성탄절을 12월 25일로 바꾸는 법을 도입하기도 했다. 세계 많은 나라가 사용하는 그레고리력을 이제야 채택한다는 의미도 있다.
임병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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