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무슬림 대학생 3명 살인 사건…용의자 자수

미국서 무슬림 대학생 3명 살인 사건…용의자 자수

입력 2015-02-12 07:31
수정 2018-03-08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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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주차 논쟁이 범행 동기…종교 증오범죄 논란

미국의 한 대학 주변 주거지역에서 무슬림 대학생 3명을 총으로 살해한 백인 남성이 경찰에 자수했다.

경찰은 이웃 간 주차 문제로 벌어진 살인 사건이라고 밝히면서도 종교적 원한에 의한 범죄일 가능성도 수사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미국 언론에 따르면, 노스캐롤라이나 주 채플 힐의 노스캐롤라이나 대학 인근 주택가에서 전날 오후 5시께 한 백인 남성이 무슬림 대학생 3명에게 총을 쏴 숨지게 했다.

살해된 이들은 데아흐 샤디 바라카트(23)와 그의 아내 유소르 아부 살하(21), 아부 살하의 여동생 라잔 무함마드 아부 살하(19)로 모두 이슬람교 신자다.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백인 남성 크레이그 스티븐 힉스(46)는 세 무슬림 학생의 머리에 총을 쐈고, 이들은 그 자리에서 절명했다.

채플 힐 경찰은 이날 밤 순순히 자수한 힉스를 1급 살인 혐의로 체포했다.

CNN 방송은 노스캐롤라이나 대학 치대에 다니던 바라카트는 터키에 거주하는 시리아 난민의 의료 지원을 위한 기금 모금 사이트를 운영했다고 소개했다.

바라카트와 한 달 전 혼인한 유소르 아부 살하는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 졸업생으로 올해 가을 학기에 남편을 따라 치대에 진학할 예정이었으나 참변을 당했다. 그의 동생 역시 현재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 학생이다.

경찰은 11일 오전 주차 논쟁이 살인 사건의 동기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CNN 방송은 온라인에 돌아다니는 힉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을 인용해 종교 문제에 따른 표적 살인 가능성을 보도했다.

CNN 방송에 따르면, 평소 무신론자를 주장해온 힉스는 ‘모욕적인 일은 내가 아닌 당신 종교가 시작했다’면서 ‘당신 종교가 닥치고 가만있는다면 나 또한 그렇게 하겠다’는 글을 썼다.

그가 지목한 상대방의 종교가 구체적으로 이슬람을 지칭하는 것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힉스의 부인인 캐런은 오후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건은 남편과 이웃 주민 간 오랜 주차 설전 때문이지 희생자의 종교와는 전혀 상관없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힌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SNS에서 도는 남편의 글에 대해서도 “남편이 페이스북에서 개인의 권리를 위해 싸워왔다”면서 “인종, 종교와 무관하게 모든 개인은 동등하다는 점을 설파했다”며 종교 증오와 무관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미국 내 무슬림은 이슬람 혐오 범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두 딸을 한꺼번에 잃은 무함마드 아부 살하는 지역방송 WNCN과의 인터뷰에서 “분명한 증오 범죄이고, 무슬림에 대한 증오가 발현하는 방식을 보여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니하드 아와드 미국이슬람관계위원회 사무국장도 “야만적인 범행과 용의자의 과거 반종교적인 발언, 희생자의 무슬림 복장, 그리고 미국 사회에서 점증하는 반무슬림 행보를 고려할 때, 우리는 수사 당국이 이번 사건의 직접 동기가 종교적 편견에 기인한 것인지 최대한 빨리 밝혀주기를 촉구한다”고 성명을 냈다.

한편, 주로 학생들이 모여 사는 평온한 지역에서 끔찍한 사건이 벌어지자 주민들은 큰 충격에 휩싸였다.

살인 사건 현장에 모인 희생자의 지인들은 극도의 슬픔과 함께 무슬림 학생의 안전에 대한 우려를 동시에 표출했고, SNS에서는 ‘무슬림의 삶도 중요하다’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고 미국 언론은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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