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유례없는 초당적 탄핵… 딕 체니 딸이 이끌었다

사상 유례없는 초당적 탄핵… 딕 체니 딸이 이끌었다

이경주 기자
이경주 기자
입력 2021-01-14 20:58
수정 2021-01-15 01:42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트럼프 친정’서 쏟아진 탄핵 찬성 10표

‘하원의장 후보군’ 손꼽히는 리즈 체니
‘트럼프 몰표’ 지역구 출신 불구 전면 나서
“민주주의 훼손 단죄” 탄핵 승부수 던져
당내 “배신자 지도부 사퇴를” 아우성도

이미지 확대
軍 주둔지 된 美의사당
軍 주둔지 된 美의사당 미국 하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한 13일(현지시간) 워싱턴DC 연방의회 방문자센터에서 주 방위군 병사 수백명이 서로 포갠 채 휴식을 취하고 있다. 트럼프 지지자들이 지난 6일 의회에 난입한 이후 무장 군인들이 의회 내부를 지키고 있고, 당국은 오는 20일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에 대비해 최대 2만명의 주방위군 동원 태세를 갖추는 중이다. 군인들이 의회 보호를 위해 배치된 적은 있지만, 이곳에 주둔한 것은 1862년 8월 하원 회의실과 복도에 1000여명의 북부연합군 치료용 병상을 설치했을 때 이후 처음이다.
워싱턴DC EPA 연합뉴스
13일(현지시간) 미국 하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두 번째 탄핵안을 통과시키자 주요 매체들이 두드러지게 뽑은 헤드라인은 ‘트럼프, 또 탄핵’에 이어 ‘공화당 의원 10명 대통령 손절’이었다.

의회 난입 사태에 따른 내란 선동 혐의로 민주당이 과반을 차지하는 하원에서 재차 탄핵 심판대에 오른 트럼프의 운명은 일찌감치 예상됐었다. 탄핵 표결에 앞서 공화당 일부의 이탈 조짐이 전해지긴 했다. 그럼에도 예상보다 많은 10명의 반란표가 나왔다는 것은 일대 사건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앞서 2019년 말 ‘우크라이나 스캔들’ 관련 첫 탄핵 표결 때는 공화당의 배신표가 하나도 없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 탄핵이 역사상 가장 초당적인 방식으로 처리됐다”고 평가했다.
이미지 확대
리즈 체니 미국 공화당 의원 로이터 연합뉴스
리즈 체니 미국 공화당 의원
로이터 연합뉴스
표결 전날 탄핵 찬성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공화 ‘넘버3’ 리즈 체니(55) 의원이 이번 반란을 주도한 인물로 꼽힌다. 공화당 의원총회 의장이라는 높은 지위를 감안할 때 그의 탄핵 지지는 당내에 적잖은 파동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선봉에 선 체니와 더불어 존 캣코, 애덤 킨징어, 프레드 업턴, 제이미 헤레라 보이틀러, 댄 뉴하우스, 피터 마이어, 앤서니 곤잘레스, 톰 라이스, 데이비드 발라다오 등이 찬성표를 던졌다.

딕 체니 전 부통령의 딸이기도 한 체니는 그간 트럼프 대통령과 사사건건 대립해 온 대표적 반(反)트럼프 인사다. 의회 난동을 부추긴 지난 6일 연설에서 트럼프가 “체니와 같은 쓸모없고 연약한 인사들을 제거해야 한다”고 직격을 날릴 정도로 눈엣가시였다.
이미지 확대
공화당 지도부의 유일한 여성으로, 평소 하원의장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그에게 탄핵 찬성은 정치 생명을 건 행보나 마찬가지다. 지역구 와이오밍은 2016년 대선과 지난해 대선에서 70%에 달하는 유권자가 트럼프에 몰표를 던진 곳이다. 체니는 탄핵 통과 직후 인터뷰에서 “선출직 공무원은 정치적 계산 없이 행동해야 하는 때가 있다. 이번이 그런 순간이었다”며 소신에 따른 결정이었음을 강조했다. 라이스 의원도 표결 뒤 트위터에 “나는 4년간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했으나 이 완전한 실패는 용서할 수 없다”고 썼다. 유권자를 의식한 정치적 고려보다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무장한 폭도들이 민의의 전당을 습격하는 민주주의 훼손 행위에 대한 단죄 의지가 더 컸다는 의미다.

반란표 발생으로 공화당 분열은 극에 달하고 있다. 일각에서 이들을 향해 “배신자”라는 아우성이 거세게 일고 있다. 특히 당내 강경파 의원 모임인 프리덤 코커스는 체니의 행위에 대해 “완전히 잘못된 것”이라며 지도부에서 사퇴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날 탄핵 반대표를 던진 공화당 하원의원은 197명이다. 이제 공은 상원으로 넘어간 가운데 하원에서 나온 10명의 이탈자가 상원 표결에 어떠한 영향을 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2021-01-15 2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