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태평양에 공들이는 바이든… 대러 제재·대중 견제 ‘이중포석’

인도·태평양에 공들이는 바이든… 대러 제재·대중 견제 ‘이중포석’

류지영 기자
류지영, 이경주 기자
입력 2022-04-12 22:34
업데이트 2022-04-13 0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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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中과 패권전쟁 수싸움 치열

“러 에너지 수입, 인도에 도움 안 돼”
바이든, 모디 화상회담서 압박
새달 日쿼드회담 ‘반중’ 결집도

中 “ILO 강제노동 관련 협약 비준”
인권·친러 충돌 속 EU에 화해 손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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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오른쪽 두 번째)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나렌드라 모디(중앙 스크린) 인도 총리와 화상으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모디 총리에게 러시아산 에너지와 다른 물품의 수입을 늘리는 것이 인도의 이익에 맞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하게 지적했다고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이 밝혔다. 워싱턴DC UPI 연합뉴스
조 바이든(오른쪽 두 번째)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나렌드라 모디(중앙 스크린) 인도 총리와 화상으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모디 총리에게 러시아산 에너지와 다른 물품의 수입을 늘리는 것이 인도의 이익에 맞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하게 지적했다고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이 밝혔다.
워싱턴DC UPI 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되면서 미국과 중국의 전략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러시아에 우호적인 뉴델리의 마음을 돌리려 애썼다. 이에 질세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신장위구르자치구 인권 문제로 충돌했던 유럽연합(EU)을 끌어안고자 강제노동 금지협약을 비준하기로 했다.

1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과 모디 총리는 이날 화상으로 한 시간 정도 정상회담을 가졌다. 양측의 외교·국방 장관도 동석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에너지 등) 러시아 물품의 수입을 늘리는 것이 인도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인도에 “에너지 수입 다변화를 돕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사실상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을 줄이거나 끊으라는 요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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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는 미국이 이끄는 중국 견제 협의체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의 회원국이다. 그러나 미국이 주도하는 러시아 제재에는 참여하지 않고 러시아산 원유를 꾸준히 사들이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이참에 ‘달러를 쓰지 않는 무역 금융 체제’ 도입까지 검토하고 있다. 인도는 3000㎞ 넘는 국경을 마주한 중국, 종교 문제로 앙숙이 된 파키스탄과 갈등 중이다. 그런데 전통 우방이자 국방기술 지원국인 러시아가 국제사회에서 고립되면 중국과 더 밀착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인도 입장에서는 이웃한 주요국이 모두 자신과 적이 된다. 바이든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모디 총리와 직접 소통해 인도의 우려를 달래는 동시에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대한 워싱턴의 관심을 재차 강조하려는 ‘이중 포석’으로 읽힌다. 대러 제재와 대중 견제라는 두 개의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반면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미국의 ‘깐부’(같은 편)가 된 EU에 화해의 제스처를 보냈다. 신화통신은 12일 “중국 입법기관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오는 18∼20일 열리는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국제노동기구(ILO)의 강제노동 협약(1930년 제정)과 강제노동폐지 협약(1957년)을 함께 비준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EU는 다른 나라와 관계 개선을 모색할 때 ILO 주요 협약 비준을 선결조건으로 내세우곤 한다. 중국은 ILO의 주요 협약 가운데 차별 금지·아동노동 금지 등 4개는 비준했지만, 강제노동 금지 관련 2개는 비준하지 않았다.

중국과 EU는 경제 협력 수준을 끌어올리고자 2014년 1월부터 포괄적 투자협정(CAI)을 논의해 왔다. 일부 유럽 국가에서 “베이징은 강제노동을 묵인한다”며 협상에 반대했지만 양측은 미국의 반대에도 2020년 12월 CAI 체결에 합의했다. 그러나 지난해 3월 EU가 위구르족 탄압을 이유로 관리 4명과 단체 1곳을 제재하고, 중국도 유럽 측 인사 10명과 단체 4곳에 보복해 CAI 비준이 무기한 보류됐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중국이 사실상 러시아의 편에 서면서 EU와 중국의 관계는 더 악화됐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스스로 ILO 강제노동 관련 협약을 비준하려는 것은 EU에 먼저 화해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왕이웨이 인민대 교수는 설명했다. 독일 싱크탱크인 메르카토르중국학연구소 프란세스카 지레티 연구원도 “중국이 EU에 보내는 중요한 신호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2022-04-13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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