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가 이겼다”… 거지 총리, 부패병 척결 ‘모디노믹스’ 시동

“인도가 이겼다”… 거지 총리, 부패병 척결 ‘모디노믹스’ 시동

입력 2014-05-17 00:00
수정 2014-05-17 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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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민가 출신 모디, 10년 만에 정권 교체

나렌드라 모디 구자라트 주총리 AFP 연합뉴스
나렌드라 모디 구자라트 주총리
AFP 연합뉴스
비천한 카스트 출신으로 어린 시절 열차에서 차를 팔아 생계를 잇던 소년이 인도 총리에 오르게 됐다. 나렌드라 모디(63) 구자라트 주 총리가 주도한 제1야당인 인도국민당(BJP)이 16일 오후 9시 현재(현지시간) 개표 결과 31.6%의 득표율을 보이며 215석을 확보하고 68곳의 지역구에서 앞서고 있다. 모두 합하면 282석으로 전체 543석의 과반(272석)을 넘겨 10년 만의 정권 교체와 함께 30년 만의 단독 정부 구성도 가능하게 됐다. 반면 ‘왕자’ 라훌 간디가 이끄는 국민회의당(INC)은 같은 시간 34석을 확보, 인도 정치 명가의 대참패로 기록되게 됐다. 모디는 트위터에 “인도가 이겼다. 좋은 날이 오고 있다”고 자축했다.

모디 정부는 ‘모디노믹스’(투자 유치를 통한 제조업 육성과 일자리 창출, 인프라 확충을 통한 성장률 회생)를 통한 경기 활성화, 테러와 영토 분쟁에서의 강경 노선이 예상된다고 로이터와 AFP 등이 분석했다. 이순철 부산외대 인도학부 교수는 “선거 결과는 경제 악화와 만연한 부정부패에 대한 국민의 반항”이라고 말했다.

시장 친화적인 모디가 주 총리로 있던 2005~2012년 구자라트주는 대규모 기업을 유치해 연평균 10.13%의 성장률을 보였다. 같은 기간 인도 전체의 성장률 7.8%보다 높다. 그는 선거 기간에 ‘구자라트 경제 발전’ 모델을 전파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2년간 5%대로 주저앉은 성장률 회복을 위해 제조업을 육성하고 100개 스마트도시를 건설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장밋빛만은 아니다.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발이 묶인 인도의 50개 주요 투자사업을 분석한 결과 이들 사업의 80%가 주정부 관료주의의 병폐로 승인이 나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인도는 온갖 트집을 잡으며 느려 터진 승인 절차 등의 해묵은 관료주의와 공무원 부패로 악명이 높다.

급진 힌두 민족주의자인 모디는 테러와 관련, 파키스탄의 기지에 있는 주요 인물을 암살하는 은밀한 ‘외과적 제거’를 시도할 것이라고 국제문제 전문가 스리람 촐리아가 예상했다. 모디 정부가 카슈미르 문제에 대해 파키스탄과 최종 합의를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모디가 경제 회생을 위해 선진국에 부드러운 정책을 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2002년 발생한 반무슬림 폭동 진압과 관련해 미국은 그에게 2005년 입국 비자를 거부하기도 했다. 1000여명이 사망한 이 사건과 관련, 사과를 거부한 그에 대해 유럽도 비자 발급을 거부했다. 반면 투자 유치 차원에서 그는 중국을 4번이나 방문했다. 중국과의 밀접한 관계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이 교수는 “모디 정부가 중국에 가까워지면 한국은 인도 내수시장에서 중국에 밀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기철 기자 chuli@seoul.co.kr
2014-05-17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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